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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의 남은 밥과 반찬

아깝기도 했고

by seungmom

열흘 만에 전화를 한 친구가 시모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한다.

주말이 끼어서 잘 치렀다고 하면서 날씨도 도왔다고 하는데

마지막날 동서가 멀리서 저녁 시간이 지나 친구들이 온다고

오느라고 저녁을 못 먹었을 거라고 하면서 음식이 필요하다며

최소의 주문인 50인분을 종류대로 다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이 많이 남아서 결국 다 버려야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순간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왜 버리냐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장례식장의 음식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그걸 누가 먹냐고 제사 음식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거의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장례식을 처음 해 보는 무 경험자로 실수 투성이었는데

거들어 주시던 젊은 아주머니가 알려 주는 데로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음식이 남지 않게 잘 배분을 해야 한다며

정말 거의 바닥이 보이도록 잘 마무리를 해 주셨다.


그래서 장례식 마지막 날 오후에는 음식이 간당했는데

저녁 7시가 넘어서 회의에 참석하고 오느라고 늦어진다는

대학 병원 의사들을 위해서 음식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남기지 않으려고 먹으라고 권하면서 소진시켰던 것을

후회하며 몇 명이 될지 모르지만 저녁이 필요하다고 하니

급하게 주문을 하는데 최소 주문량이 50인분이라고 했다.


그래도 온다는 사람들보다 음식이 먼저 와서 안심했는데

동생의 동료인 의사들이 들어오면서 늦어 미안하다고 하더니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저녁을 미리 먹고 왔다고 했다.

엄청난 센스 있는 배려였는데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막 도착한 50인분의 따끈한 밥과 반찬은 어쩌냐고

일하던 아주머니와 나는 허무함에 맥이 풀려 버렸다.


그래서 밥과 반찬 서너 가지가 그대로 남게 되어 버렸고

궁상끼가 많은 나는 누군가 가져다 먹어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들이 없어 말하기 어려워 그러나 하면서

아주머니께도 어떠냐고 하니 단연코 아니라고 하셨다.


두 동생의 아내들은 기독교인으로 제사도 안 지내는데

그래서인지 가져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나에게 권했다.

그때는 이 오피스텔에서 어설프게 지내고 있을 때여서

그냥 내 입맛에 맞는 마늘장아찌등을 얻는다는 것에 좋아

얼른 싸기 시작했는데 아주머니들도 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되어

수육과 탕만 빼고는 모두 비닐봉지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를 생각해 보면 내 꼴을 즐겼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게

두 올케가 옆에서 엄청 부추기면서 이것도 이것도 했었는데

접시에 담아 준비를 해 두었던 것까지 가져가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그건 아니라고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기왕이면 1인분씩 소분하라고 해서 작은 비닐봉지에 나눠 담고

오징어무침은 재료를 따로 담고 양념장은 페트병에 담아 줬다.

엄청 무거워 이고 지고 오피스텔에 날라다 냉장고에 두고는

정말 오랫동안 밥 걱정 반찬 걱정 없이 도움을 받았는데

맛있는 오징어무침은 정말 소중하게 아끼면서 먹었다.


잊고 있었던 지난 이야기를 친구에게 신나게 떠드니

친구는 엄청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장례식장의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는 것이 상상이 안된다며

그걸 싸 가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은 없었냐고 했다.


그래서 올케들도 일하시던 아주머니들도 가져가지 않았는지

정말 장례식장의 음식은 가져다 먹는 것은 아닌 건지

나는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그냥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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