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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통역 봉사를 오랜만에 했다.

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by seungmom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 왔는데

이게 새벽이어서 나에게도 기회가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런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구나 했다.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부산 bbb 통역 봉사자들이 모여서

같이 저녁을 먹어 가면서 이 봉사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휴대폰의 통역이 너무 좋아서 우리 차례까지 오지 않는다며

이 통역 봉사도 시대의 흐름에 존재감이 흐려진다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정말 통역을 해 달라고 하는 전화가 없는데

이런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그저 했던 봉사가 어떤 것인지

전화는 갑자기 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느끼지 못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없었구나 하면서 아쉬워했었다.


통역을 해 달라고 전화를 하는 이런 상황은 안 좋은 일이지만

전화가 걸려오고 그래서 통역을 하면서 일이 해결이 되면

나는 아무 한 일도 없이 하나의 일을 해결했다는 뿌듯함에

며칠간은 살아도 되는 대가를 지불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서 나에게 걸려 오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애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다가 잊자고 포기를 하면

또다시 걸려오는 전화에 커다란 사명감으로 들뜨는데

어쩌다가 받지 못하게 되면 엄청나게 나를 비난한다.


























거의 반년만에 받아 본 전화였다.

경찰서라고 하면서 말을 전해 달라고 하는데

택시에 두고 내린 지갑을 찾으러 이 새벽에 간다고 한다.

지갑을 보관 중인 택시 운전사 집까지 택시로 가게 된다며

운전사 두 분에게는 서로 통화가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경찰관은 영어로 일본인에게 전화기를 건네어 통화를 했다.


남자 목소리였는데 엄청 긴장한 듯한 말이 겨우 대답뿐이어서

이해가 되었냐고 확인을 하면서 물어보고 경찰관에게 바꿨는데

빠트린 말이 있다고 다시 통역을 부탁해서 이야기를 하고는

여자 경찰관은 간단하게 고맙다고 하고 나는 수고하세요 했다.


전화를 마치고 나니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넓어진 것 같았는데

봉사라는 것이 뿌듯함 말고도 이런 기분도 느끼게 해 주는구나 했다.

드물게 할 수 있는 봉사가 되어서 그런지 혼자 살아서 그런지

이번 전화에는 이제까지는 몰랐던 여러 가지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내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받은 것도

다시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이런 전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아침이 되어 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서

이 전화 한 통이 나에게 주는 것이 너무 많아 고마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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