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자의 봄비
오늘은 일어나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
푹 자서 그런 건지 나를 인정해 주는 그런 꿈을 꿔서 그런지
아무튼 잘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조용하게 내리고 있었다.
비를 보면서 씩 웃었는데 난 그냥 비를 좋아한다.
사주에 물이 없다고 물과 가까이 살라고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냥 비가 오면 반가워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면 나가고 싶을 건지
내가 나에게 물었는데 그런 느낌으로 내리는 비가 있었는지
나에게 비는 조용하게 내리던지 아님 힘차게 내린다는 식으로
비는 나에게 좋은 방문객 같은 느낌으로 언제나 반갑다.
오늘의 비는 정말 귀엽게 소리도 없이 살며시 오고 있네 하다가
그냥 나온 말이 봄비라서 그런가 하다가 맞네 봄비네 했는데
지금 내리는 비와 내가 말한 봄비는 다른 의미를 가진 것 같아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내가 아는 봄비는 노래 제목이었다.
봄에 내리고 있으니 봄비인 거고 그러니 여름에 오는 비는 여름비
정말 어색하다고 생각하다가 여름엔 장마나 소나기로 불리나 하다가
그럼 가을에 내리는 비에 대해서 가을비라고 들은 적은 있었는지
겨울비에 대해서는 별로 안 좋게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렸다.
여름에 오는 비에 대해서는 태풍이나 장마로 별로 인 것 같고
가을비는 한번 올 때마다 추워진다며 반기지 않는 듯했는데
추운 겨울을 지나 오는 봄비는 따뜻해진다고 좋아하는 건지
봄에 내리는 비가 가장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불쑥 튀어나온 봄비는 김추자의 봄비로 가장 친숙한 봄비인데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들었던 그 노래의 봄비가 이 봄비였나 하며
이제까지 가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노래를 흥얼거렸나 하면서
잊고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며 역시 봄비는 다들 좋아하는구나 했다.
뭘 해도 예쁨 받는 그런 입장인 것 같아 비도 계절을 잘 타야 한다고
비도 봄에 오면 금수저가 되는 것이네 하면서 혼자서 피식거렸다.
조금씩 남아 있던 꽃잎은 다 지고 연녹색 새 잎으로 가득한 거리는
살며시 내리는 봄비를 정중히 맞이하는 것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