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에 나오던 장면이었는데
나는 운전 면허증을 만들고 바로 일본에 가서 살았고
운전에 겁이 많은 나는 오른쪽의 운전석에 더 굳어져
20년 이상 자전거만 타고 살다가 미국에 가게 되니
운전이 필수라고 해서 개인으로 주행 연습을 받았다.
한국분이 차분한 목소리로 조언을 엄청 많이 해 주셨는데
이 미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운전이라고
그런데 운전은 가능한 안 하는 것이 좋은 거라고 하시면서
운전대를 잡으면 정신은 운전에만 써야 한다고 협박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꼭 아저씨의 말을 떠올렸는데
핸들에서 손을 떼지 말라던지 전방을 주시하라고 했던 말을
겁이 많은 나는 잘 지키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더니 덕분인지 큰일은 당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관념은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있는 것이고
그 운전자는 운전대를 양 팔로 잡고 있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잘 지켰더니 16만 마일을 운전하고도 무사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만의 이 철칙은 확고한 운전 철학이 되었다.
운전자가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본다고 벌금을 내도록 했는데
그만큼 달리는 차에서는 운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달리고 있는 차에 운전자가 없는 것을 본 순간
어느 영화에서 유령이 운전을 하는데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
그냥 움직이는 차에 다들 공포에 질려 떨던 그 기분을 느꼈다.
내가 나이가 있기는 해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조금은 아는데
자율 주행 차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들었고
그것을 실험하는 것을 동영상으로도 여러 번 봤었는데
그때는 운전대를 잡지는 않아도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아예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지 않았다.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지만 이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미국에 가서 운전자가 없는 택시를 보고는 아찔했는데
작은 배달 로봇이 혼자서 달리고 있는 것에도 불안한 마음에
곁에 있던 딸에게 걱정을 했더니 대학 안에서는 제법 많다고
알아서 사람에게 방해가 안되도록 멈춰 서서 기다린다며
딸은 이게 일상이 되었는지 흔한 이야기처럼 설명을 했었다.
나도 자주 보면 편해질 건지
엄청 이상하게 뭔가 많이 부착되어 있는 차가 자주 보여서
딸에게 물으니 무인 택시라며 카메라가 많이 부착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연구실 사람들도 잘 이용한다고 하는데
나는 얼른 넌 타지 말라고 애절한 당부를 했었다.
난 이 운전자가 없는 이런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완전한 자율 주행차라고 해도 운전석에 운전자가 있고
그 운전자가 편하게 쉽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그런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고 자율 주행차를 기다렸는데
난 공포를 먼저 느껴서 그런지 익숙해지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