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의 입장에서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는지 혼자서 어떻게 지내냐고 한다.
특히 서울에서 사는 친구들은 한산한 부산에서 뭘 하는지
자식들도 먼 곳에 있으니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한다.
그런데 나는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부모의 그늘 아래에 있을 때에도 그렇게 푸근하지는 않았고
타국에서 살면서는 더욱더 치열하게 버텨내느라고
난 혼자인 것이 당연한지 외롭다는 기분은 느끼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저녁은 뭘로 먹었냐며 끼니 걱정도 하는데
배달의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밥 걱정은 하지 말라고
푸짐한 회덮밥을 배달받아서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서울은 비싸다며 부산은 얼마나 하냐고 물었다.
서울의 친구들이 비싼 동네에 사는 것도 문제인데
부산과 서울의 물가 차이에 그 비싼 동네의 차이도 더해서
친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회덮밥 가격은 많이 달랐고
그걸 이해시키려면 말이 길어지게 되어 번거로웠다.
난 부산에서 중간 정도의 지역에서 살고 있고
내가 주문하는 회덮밥도 중간 정도로 야채가 많은데
언제나 먹으면서 다양한 야채에 회도 싱싱해서
가격에 비해 이보다 좋은 것은 없을 거라고 먹었다.
고급스러움으로 하자면 야채의 종류도 문제일 거고
회도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테지만
나는 회보단 야채가 더 많으면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회는 그저 무엇이든 싱싱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서울 친구는 그 가격의 회덮밥은 형편이 없다고
회가 싱싱해야 하니 조금은 더 좋은 것을 먹으라고 하는데
처음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당황했는데 이게 서울과 부산의 차이였다.
이젠 무엇이든 처음부터 친구들이 알기 쉽게 전제를 깔아서
서울 가격으로 말하자면 하면서 예를 들어 설명을 붙이는데
그럼 이해가 쉬웠는지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지 않아
건강하게 먹은 한 끼였다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내 오피스텔의 가격도 서울 친구들의 반응이 그랬다.
그 가격이면 하면서 서울의 어떤 곳을 상상하는지
말을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서 얼른 알아차리고는
그렇게 좁지도 않으며 건물도 근사하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이런 곳을 사려면 두 배 이상은 든다고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고 바다가 보이는 뷰가 있는
이런 곳을 부산이니까 이런 가격이 살 수 있는 거라고
서울과 부산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나도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사과 하나의 가격이 어쩌고 하면서 비싸다고 하면
속으로 꼭 그렇게 비싼 사과를 사다 먹으니 그렇지 하며
저렴한 사과도 파는 곳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에서 사는 내가 항상 불쌍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내가 사는 이곳의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를 은근히 내세우며
편안한 가격이어서 선택의 자유가 있다며 부산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