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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위한 결혼이 아니길

야무딱진 결혼

by seungmom

결혼식이 일생에 한번 있는 것인데 하면서 부추긴다고 한다.

그래서 딸이 자신의 생각대로 알아서 잘 준비하는 야무진 결혼식에

내 친구는 주변의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흔들린다고 한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동갑내기 내 친구들은 아이들이 늦었다.

거기다 늦어진 아이들이 다들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슬하게 40이 되기 전에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가지니

다른 친구의 딸도 결혼을 한다고 친구가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아마도 나를 의식해서 참는 것 같아 내가 나서서 질문을 했는데

사실 이 친구의 딸은 여성스럽다기보다는 대장부 같은 성격으로

자신의 소신대로 앞으로 나아갔던 귀여운 외모와는 다른 아이였다.

그래서 이 아이가 결혼을 한다니 어떤 상대인지 궁금했는데

엄청 상대를 배려한다며 친구는 자신의 딸에게 이런 면이 있었냐고

내 딸이 아닌 것 같다며 신기해하는데 이렇게도 변신하는구나 했다.


이 동갑내기 두 친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그런데 서울 비싼 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대화가 비슷했는데

나는 대화 도중에 많은 문화 충격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었다.

아무튼 서울이면서 강남의 세상은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몇 년 살지 않은 부산에서 사는 사람이 이해하기는 어려운데

결혼식이라는 것은 서약을 위한 행사인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좋은 추억이 되는 것으로는 부족한지 너무 거창해서 버거웠다.


두 친구가 전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는데

먼저 한 친구 딸의 결혼은 말대로 대단한 비용을 들였다.

그래서 난 절대로 해 줄 수 없는 금액에 생각이 많아졌는데

뭔가 팔아서라도 해 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학비를 주는 대신 결혼은 알아서 하라고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그래도 아이가 호화롭게 하고 싶다고 매달리면 어쩌나 하며

왜 이렇게 결혼식이 요란해졌는지 겨우 몇 시간을 위해서

그 많은 것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다른 친구의 딸은 그 엄마와는 달랐다.

추진력이 좋은 딸은 결혼할 남자를 정말 잘 만났는데

둘은 같이 의논해서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하자고 정하면서

이제까지 붓고 있던 적금은 그대로 놔두자고 했다는데

그 말에 나는 이 둘은 평생 마음 편하게 살게 될 거라고 장담했다.


얼마나 생각이 야무진지 이런 사윗감이 최고가 아닐까 했다.

거기다 시댁에서 먼저 아무것도 주고받지 말자고 했다는데

그래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전한 것을 돌려보냈다고 하니

친구 딸아이는 전부 다 가지게 된 것 같아 보인다.


야무진 이 딸아이는 식사 때 드레스를 입지 않고 한복으로 한다며

인사를 드리려 움직이는데 한복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는데

난 그 결정에 적극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고 응원을 했다.

그래도 친구는 주변에서 하는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하는 말에

해 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이래도 되는 거냐고 걱정을 한다.


이제까지 들었던 친구의 말과는 정말 다른 결혼식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고 이 딸아이가 대견하다.

아무 흔들림 없이 이런 결정이 된 것은 아닐 것인데

성격대로 잘 밀고 나가 지켜야 하는 것은 지키면서

결혼식을 마치고 난 다음날의 시간도 내다본 것에서

이 두 아이들의 미래는 엄청 단단해질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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