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의 무게
이론적으로도 맞는 계산인데
여행 가방의 무게
억지로 등 떠밀려 가는 일에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은
콧노래가 나오는 그런 해외여행 준비 같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여행 가방은 언제나 일본에 가면 먹지 못하게 된다는
아쉬움과 절박한 입맛을 달래는 매운 반찬들로 잔뜩 차는데
이게 냄새도 있지만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 신경이 쓰였다.
거기다 원전 사고로 일본의 쌀을 믿지 못해 햇반도 가져가야 하고
스틱커피에 결명차도 우리나라 단무지도 꼭 잊지 않고 가져간다.
거기다 쌈장이나 고추장은 당연한 것으로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일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먹는 것만으로 가방의 무게는 거의 다 차버리는데
이번엔 면으로 된 홑이불을 들고 가야 해서 작전이 달라졌다.
일본에서도 팔기는 하는데 왠지 일본 냄새가 확 느껴지는 것이
볼 때마다 짜증 나게 만들 것 같아 가능한 한국 것을 사 가는데
쓰던 것들이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도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피가 작아 보여 기분 좋게 산 것이 가방에 넣으니 달랐다.
홑이불에 같은 소재의 베게닢까지 넣었더니 가방 반이 찼는데
꼭 가져가야 하는 한방 비염약과 파스와 몇 개의 화장품을 넣고
오징어 젓갈과 매운 멸치 볶음에 그래놀라 한 봉지를 넣으려니
가방에는 더 이상 들어갈 빈자리가 없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가 되면 무게는 어느 정도가 되는지도 걱정이 되었다.
미국과 일본에는 오래전 체중계가 있어서 가방도 재어 볼 수 있는데
부산에는 최신형이어서 그런지 물체의 무게는 측정이 안되었다.
그래서 먼저 내 몸무게를 재고 나중에 가방을 들고 무게를 재어
그 두 숫자의 차이로 가방의 무게를 알아내는 이 방법으로
아들이 뉴욕으로 떠날 때 4개의 여행가방 무게를 잘 조절했는데
이 방법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추가요금은 내지 않았다.
이런 경험과 결과도 있는 이 방법으로 다시 가방의 무게를 재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가방이 무거워서 계산하다가 말았다.
한참을 고민하고 부피가 큰 그래놀라 한 봉지를 들어 내고는
홑이불 때문에 햇반도 포기했는데 다른 것은 가져가야 한다고
일단 가방이 닫히니까 무조건 들고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15kg까지 인데 애를 써서 덜어내고도 25kg이어서
물건을 포기하기보단 차라리 추가 요금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무거운지 많은 경험으로 습득이 안되었는지
이 정도는 가방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무게도 가능할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사 모아둔 것인데 무게가 엄청나게 초과한 것이다.
공항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하물 위탁을 하며 추가 비용을 낼 거라고
미리 이실직고 차원에서 변명까지 늘어놓는데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어떻게 재었냐고 묻기에 내 몸무게를 재고 다시 가방을 들고 재어서
나온 숫자에 내 체중을 뺐다고 했더니 웃으며 가방 무게를 가리켰다.
15kg이면 되는 무게가 떡하니 14kg이라고 25kg은 어디로 갔는지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는데 이대로 보낼까요 하는 말을 들으며
덜어낸 그래놀라 한 봉지가 떠오르고 햇반이 생각나 억울했다.
분명히 가방은 10kg가 더 무거워 낑낑거리면서 끌었었는데
14kg였다니 그럼 저번보다 가벼웠다는 것인데 왜 무겁다고 느꼈는지
내가 빼기를 잘못한 것인가 해서 생각을 다시 해 봐도 그건 아니었는데
그럼 체중계 탓인가 하면서 아까운 1kg의 여러 가능성에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