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이유가
에어컨을 바꾸자고 분명히 결심이라는 것을 했는데
겉보기에는 멀쩡해서 막상 실행을 하려니 망설여진다.
물이 떨어지는 것을 이대로 잘 수습해서 살아도 되는데
공사를 하려면 일이 커지는 건데 하며 미루고 있다.
의자 다리가 많이 부실해져서 삐걱 거린다.
딸아이가 쓰고 있는 의자는 거의 20년이 되어가는데
그 Ikea 나무 의자를 몇 번은 내가 고쳐 주기는 했지만
영상 통화를 하는 도중에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딸도 나도 새 의자를 사야 하는 일에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소리에 익숙해졌다.
이 오피스텔은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
비싼 숙박비를 대신하자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고
한 여름에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서 지낼 거라고
에어컨도 거기에 맞게 달아두고 의자도 테이블도 샀다.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모르고 어느 시기가 되면 처분하자고
오피스텔을 팔 때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가구들로 샀는데
테이블은 칠이 벗겨져서 슬쩍 봐도 고물이 다 되어 있고
가짜 가죽은 갈라지고 뻣뻣해져서 사용할 수가 없다.
이제 이 오피스텔은 장만한 지 9년째가 되어 간다.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도 8년을 보낸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이런 식으로 오래된 티를 내야 하는 것인지
정을 붙이고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익숙한 물건들을 바꿔야 하는 것에는 마음이 무겁다.
이참에 싹 바꾸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렇게 익숙해진 물건을 눈앞에서 모두 치운다고 하면
이 방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 하면서
처음에 사들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새것으로 한다면...
모두 그냥 있는 그대로 붙들고 살면 살아지기는 하는데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런 것을 골라 썼던 것이었는데
조금 불편함을 이해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일거리로
삐걱거리는 소리도 떨어지는 물방울도 일상이 될 텐데...
아직 나에게는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제법 있을 것 같다.
그럼 적어도 물건을 바꾸는 것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뭘 번거롭게 소란을 피우냐고 하고
왼쪽으로 돌리면 아버지의 묵직한 서랍장이 눈에 들어와
같은 느낌을 가진 것으로 바꿔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오피스텔을 장만할 때는 망설임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며칠 만에 찾아내고 바로 수리에 들어가면서 의자를 샀다.
그런 결단과 행동은 대단했는데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든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 된 지금에서는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