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놀래서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신경을 써서 스트레칭을 하듯이 서 있다가 움직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지는 것은 다행이지만
생각 없이 바로 걸으려고 하면 절뚝이게 된다.
귀에서 나는 소리가 머리를 흔들 만큼 크게 들린다.
낮은음이 많아지는 것에는 상관이 없었는데
이번엔 높은음이 머릿속을 쑤시고 있다는 기분에
참기가 힘들어 머리 쓰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저 연명을 하듯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드라마나 다큐나 닥치는 대로 보면서 잘 먹었는데
과식을 했는지 불편해지더니 속이 니글거려서
얼른 정신을 차리고 먹는 양을 조절했지만
니글거리는 기분은 며칠을 계속 괴롭혔다.
멍하게 사는 시간에는 비염도 나를 우습게 보는지
이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해 헤매고 있는데
비염까지 합세를 해서 잠을 못 자게 만들었다.
움직이는 양이 많으면 바로 잠 속으로 빠지는데
그걸 두 시간 정도에서 깨도록 만들어 버린다.
한번 깬 잠은 멀리 갔는지 한참을 오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잠을 자다 보니 이명도 심해진 듯하고
속이 니글거리는 탓인지 어지럼도 걱정이 된다.
이런 걸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상황은 생명이 다할 것 같은 그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살아 있다는 희열도 없는 것 같아서
이러다가 우울증도 오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며칠 잘 먹지를 못했다.
살짝살짝 멀미를 하듯이 속이 니글거렸다.
쉴 새 없이 자꾸 뭔가를 먹어서 그런가 해서
군것질을 하지 않기로 하고 끼니의 양도 줄였다.
나는 먹는 것에는 아끼지 않는다.
고기를 싫어하는 나는 비싼 고기를 먹지 않으니
생선이나 과일 등 먹고 싶은 것은 다 사 먹는 편이다.
그러니까 나의 엥겔지수는 엄청나게 높다.
이런 내가 끼니의 양을 줄이는 일은 고통인데
이번엔 니글거리는 기분이 정말 나빠서 그랬는지
먹는 일에 진심이었던 것이 참을 수 있게 되고
며칠은 정말 요조숙녀가 된 것 같이 먹었다.
그러면서 잠을 푹 자라고 매일 열심히 움직이고
다리를 위해서 일어서면 스트레칭을 했었다.
이런 일상이 보통은 정상인 것인데
나는 이게 특별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힘들었다.
그런 내가 구정날 아침 7시간 반을 한 번에 자고 깼다.
얼마만이냐며 개운해진 것도 같다며 나를 느끼는데
다리나 귀에서 나는 소리는 여전하지만 상쾌했다.
신정에 열심히 새해 인사를 했었는데
구정이 가까워지니 또 인사를 해서 나도 해야 했다.
새해 인사를 두 번씩 하는 일이 왠지 뻘쭘했는데
그걸 지인은 좋은 일이니 두 번 하면 더 좋지 했다.
구정! 새해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푹 자서 그런지 이렇게 글을 써 볼 생각이 나도록
머리가 맑아져 살아 있는 기분도 느꼈는데
체중이 줄었다는 정말 기적적인 선물도 받은 것이다.
겨우 1kg 줄어든 것에 좋아할 일이냐고 하겠지만
절대로 줄어들지 않고 버텼던 숫자가 바꿨는데
나는 이 숫자를 몇 년 만에 보고는 너무 신기해서
체중계에 몇 번씩 올라가서 숫자가 꺼질 때까지 봤다.
구정날 받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