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이라는 말에
어릴 적 내 기억에는 집에 귤이 그득했었다.
나는 엄청나게 귤을 많이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른들이 노랗게 변한 내 손바닥이 보면서
색이 변할 정도로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소리를 겨울이면 꼭 들었던 것 같다.
눌려져 물렁거리는 것을 골라낸다면서 꺼내와서는
퍼지고 앉아서 까면서 바로바로 입에 넣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가 않았다.
일본에 살면서는 많이 먹지 못했다.
비싼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먼저여서 내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참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못 먹었는데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만족이 되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도 많이 먹지 못했다.
한인 마트에 어쩌다가 한국 귤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한국 귤이 들어오는 날에 딱 맞춰서 장을 보게 되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귤이 신선해서 막 쓸어 담았다.
한국 귤은 껍질도 얇고 즙이 많아서 아이들도 잘 먹어
욕심에 있을 때 사자고 다음날에 다시 한인 마트에 가면
그 하루 사이에 맛있어 보이는 것들은 다 골라가
한참을 서서 뒤적거려야 먹을 만한 것을 고를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한국의 귤을 먹고 나서는 오렌지를 피했는데
내가 어릴 적 귤을 먹듯이 아이들도 엄청 좋아해서
한 시간은 가야 하는 한인 마트를 열심히 다녔었다.
그런 세월이 지나 내가 부산에 들랑거리게 되면서도
겨울에는 부산에 있지를 않아 귤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코로나가 오고 겨울을 부산에서 지내면서 귤을 보게 되고
어릴 적 추억에 미국에서 안달하면서 샀던 기억으로
횡재 같은 기분이 들어 막 사다 먹었다.
그러다가 다시 손바닥이 노랗게 되고 정신을 차렸는데
과일도 너무 먹으면 당뇨가 온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먹을 만큼 먹어 봤으니 참자고 몸을 위해서 지키자며
부산을 떠나 겨울을 지내는 동안에는 귤을 찾지 않았다.
세 번의 겨울을 그렇게 잘 보냈는데
이번 겨울에는 왜 그런지 이젠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26년 1월 말에 귤을 조금만 사자고 과일가게에 들러서
맛있는 것으로 달라고 하니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이게 끝물이라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하우스 귤이라고 했다.
작은 한 봉지를 사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순간 거의 다 먹어 치우고는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끝물이라는 말에 마음이 급해져
다시 사러 나가 그 집에 남아 있던 귤을 모두 담아 왔다.
덕분에 소원성취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먹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하면서도
이 나이에 이런 호강도 하지 못하냐고 배짱도 부려 보면서
죄책감 없이 이번만은 신나게 먹자고 최면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