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편해서 병원에 갔다.

기울어진 의자 탓인가 한다.

by seungmom

또 병원을 찾아갔다.

안과에서 복시라는 말에 대학병원까지 가서 온갖 검사를 다 했었는데

어떤 원인도 찾지 못하고 머릿속의 핏줄이 건강하다는 말만 들었다.


내가 가진 지식으로 판단을 하자면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다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니

이런저런 하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아프다고 이상하다고 병원에 가면 다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고

그러니 이제부터는 병원에 가는 기준을 바꾸기로 했었다.


한참을 앉았다가 일어나면 바로 걸을 수가 없게 불편해졌다.

급하게 억지로라도 움직이려면 약간 절뚝거리면 걸을 수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멀쩡해지는데

그래서 일어나 잠시 서서 딴짓을 하다가 걸으면 괜찮았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친구가 와서 같이 앉아 떠들다가 일어났는데

바로 걸었더니 친구가 다리가 왜 그러냐고 걱정을 했다.

나는 늙어 그런 것 같다고 하니 그건 아니라며 병원에 가라는데

아픈 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인가 했었다.


점점 심해지는 건지 나아가는 건지도 모르게 매번 달랐는데

편안하게 잘 쉬면서 스트레칭을 잘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긴장을 하면서 몸이 굳어졌는지 드라마를 보다가 일어서면

한 발자국을 옮기는데도 엄청 불편해서 왜 하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병원을 가 보기로 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전공이 정형외과인데 이럴 때 계셨다면 하면서

집 가까이에 노인들이 많이 간다는 정형외과를 찾아보고

평판도 읽어보고 용기를 내어서 찾아갔다.


엄청 환자들이 많았는데 내가 아는 아버지의 정형외과는

붕대를 감고 있던지 하는 환자들인데 여긴 거의 노인들이어서

수술을 하는 의사는 아닌가 보다 하면서 조금은 안심을 했다.


저번 치과처럼 무조건 임플란트를 하라고 권했던 의사가 있어

이번도 무조건 수술을 하자고 하면 곤란할 것 같아서였다.

환자가 가장 많다는 월요일이어서 그런지 피곤해 보이는 의사가

왼쪽 고관절에 대퇴부까지 5방을 찍은 X레이를 보면서

고관절에 염증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니 찜질을 하라고 했다.


받아 든 종이가 처방전인 것도 모르고 병원을 나와서

아는 친구의 사무실에 들러서 큰 병은 아닌가 보다고 하며

약도 먹으라는 말도 없었다고 하니 정말 그런가 보네 했는데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보험이 안 되는 데 의료비가 너무 싸서

X레이 한방이 얼마나 되는 건지 보려니 그게 처방전이었다.


저번 대학병원 의료비 영수증이 하도 커서 그런가 했는데

친구에게도 약을 안 먹어도 되는 정도라고 막 떠들었는데

그게 처방전이어서 다시 나와 먼저 친구에게 들려서 아니라고

이실직고를 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는데 소염제라고 했다.


아무튼 약을 먹고 찜질은 시간이 나면 가서 받으면 된다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어색한 다리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염제 3일 치가 끝나는 날 의사에게 좋아진 것 같다며

완벽하게 되도록 처방을 듬뿍 해 달라고 했더니 30일 치를 줬다.


막상 30일 치를 받고 보니 이걸 이렇게 길게 먹어도 되는 일인지

살짝 걱정이 되어서 동생에게 전화로 이 상황을 이야기하니

받은 약의 이름을 듣고는 아스피린계라고 하면서 먹어도 된다더니

X레이로는 염증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아마도 뼈 사진으로 이상한 것은 없는데 내가 불편하다고 하니

염증이라고 한 것 같다고 하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 일인지 약은 계속 먹어야 하는지

동생에게 집안에 의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더니

누나에게는 다른 의사가 두 명이나 더 있잖아 한다.


나는 많은 위안을 받고 약만 먹으면 좋아질 거라고 믿었으니

이 의사는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 밉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의 이 왼쪽 다리는 뭐가 잘못되어 이렇게 된 것인지

이유를 찾으려면 또 대학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원인을 찾아보자고 이것저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병원에서 고관절까지 사진 찍은 것이 생각나 관심을 가지니

내가 앉아 지내는 나무 의자가 신경 쓰였다.

이 나무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알았는데

그게 뭐 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산 세월이 거의 일 년이 다 되었다.


층간 소음도 있고 바닥을 긁지 마라고 의자 다리 캡을 끼워 뒀는데

그게 왼쪽 다리만 구멍이 생기고 박혀있던 패드까지 사라져서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게 되었는데 그걸 같은 높이로 수리를 했더니

앉는 기분이 너무나 달라서 그때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 후론 맨번 앉을 때마다 의자의 높이를 확인한다.

그리고 소염제는 11일째를 그냥 먹고 있다.


일 년 정도를 기울어진 의자로 살았으니

나아지는 것도 시간이 걸리겠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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