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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28. 2016

딸아이의 졸업장

미국에서

우리가 살게 된 지역에는 (나중에 알았는데 지역마다 교육 방식이 다 다르다고 했다.)

ELD(English Language Development) 1부터 시작해서 보통 수준까지 5단계가 있고 
보통반 위로 Honor반과 또 그 위로 AP라고 대학 1학년 학점으로 인정을 해 주는 반이 있었다.


영어는 ELD부터 차곡차곡해 나가서 보통반까지 딸은 4년이 아들은 5년이 걸렸는데

대학 입학 조건으로 모자라는 영어를 주변의 2년제 대학에서 위탁으로 보충받기도 했었다.

고등학생 딸도 6학년 아들도 ELD1의 영어 수업은 영어 단어 카드로 수업을 하는데

하루에 3시간의 영어 수업은 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ELD 수업에서나  AP 수업에서나 그 반에서 A 등급을 받으면 집으로 초대장이 오고 

수업이 다 끝나고 조용한 학교 강당에서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하를 하는데

그래서 자기 학급이라는 것이 없는 아이들은 누가 뭘 받았는지 몰라 쓸데없는 경쟁이 없었고

그래서 ELD 수업을 받는다는 주눅이 들지 않아 아이들이 딴짓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딸아이는 머리가 비상하고 지기도 싫어해 덕분에 이런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는데

아들은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아이로 만사에 널널하고 암기가 힘들었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문제를 20개나 맞혔다고 하굣길에 자랑을 해서 같이 기뻐하고 있으니

딸이 차분한 목소리로 전부 몇 문제였냐고 물었었다.

왜 난 그 생각은 못했었는지... 전부 50개의 문제라고..

이런 예리한 부분은 딸아이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딸의 눈치를 보면서 아들과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많았다.


영어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우리는 그냥 매일이 신기한 도전으로

초등학교 5학년 반년을 마치고 미국에서 6학년으로 뛰어 오른 아들이 딸과 앉아 숙제를 하면서

무엇을 묻는 건지 질문을 몰라서 답을 쓸 수가 없다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저 일본을 벗어나는 것이 전부였던 이 아이들의 엄마가 만들어 놓은 모습이었다.


딸은 중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일본을 떠났다.

미국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중학교가 2년이고 고등학교가 4년이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게 난 그저 미국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하자고 반년을 올렸다.

그러니까 딸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되어야 하는데...


일본이 싫어서 도망을 치려고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한국에 집까지 마련해 놓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다시 부모님의 입김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난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에 놀래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렇게 어영부영 도착한 미국의 시작이 딸아이에게서 중학교 졸업장을 빼앗은 것이다.


그래서 딸은 중학교 졸업장이 없는 아이가 되고 그것도 난 몇 년이 지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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