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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28. 2017

첫 2차 면접

중년의 성숙

아들이 첫 2차 면접을 보러 갔다.


이때까지 원서를 넣으면 서류심사를 지나 1차 면접을 보는 영광을 얻었는데

꼭 거기까지...  2차로 연결은 되지 않았었다.

원하는 연구를 하는 곳으로 가려고 하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적고 너무 높은데

그래도 서류에서는 밀리지 않아 전화나 스카이프로 하는 영상통화로 면접을 봤었다.


처음 면접이라는 것을 한다고 했을 때엔 이 면접이 통과되면 취직이 되는 줄 알았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던 나는 취직을 하려고 원서라는 것도 써 본 적이 없었고

딸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을 하려고 하니 다니던 연구실에서 남아 달라고 해서

대기업의 취직도 아닌데 원서를 낸 후에 면접이 몇 차례나 있다는 것에 놀랬다.


번번이 막혀 버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들은 자신이 가고 싶은 연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을 하고

그런 연구실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만으로도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데

이런 아이여서 적어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첫 1차 면접을 보고는 지도를 보면서 어떤 생활이 될 건지 이야기하며 즐겼는데

이것도 여러 번 하게 되니 시큰둥해져서 면접을 한다고 해도 무덤덤해졌다.

이러면서 시간은 흘러 몇 달이 지났는데 만약에 취직이 되어 버린다면

이러고 같이 지내는 시간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 시간도 귀중해졌다. 


만약에 취직이 된다면 바로 그날부터 나와 이렇게 앉아 떠들 수 없고

취직된 연구실이 어디에 있는지 만약 이곳이 아니라면 모든 게 불편해지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 이 시간들도 나중엔 그리워질 것 같았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니 주변에서는 걱정을 하는데

취직이 된다는 것만 보면 같은 상황으로 보이지만 

취직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면 느리긴 해도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그래도 원서를 내면 서류심사는 통과되어 1차적인 간단한 면접은 하는데

내가 낳고 내가 키운 내 아들 치고는 정말 대단하다.

난 원서라는 것을 내 본 적도 없고 낼 만한 뭔가가 아무것도 없는데

내 아들은 1차 면접까지는 갈 수 있는 실력이 된다는 것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좋다는 아버지는 한심한 표정을 하셨지만...


1차 면접을 보고 나서 2차 면접은 없다고 연락이 오면

우리는 이 집에서 다 같이 좀 더 길게 지낼 수 있는 것에 편안해했었는데

열심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내어 그곳에 맞는 원서를 보내는 노력을 했더니

또 한 단계를 디디고 올라 2차의 면접을 보게 되는 날도 찾아온 것이다.


이 시간들은 나를 이렇게 느긋한 통 큰 아줌마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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