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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26. 2016

딸과 아들

미국에서

친구는 첫째가 딸이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차는 한대이고 운전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어서 언제나 바빴었다.

내가 공부를 그럭저럭 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도 공부보다는 딴짓을 많이 시켰는데

그래서 열심히 수영 시합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로..


어쩔 수 없이 집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부탁을 했었다.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불을 넣어 두라고.


미국의 동네 수영 시합장은 심판만 빼고는 부모들이 분담해서 강제 봉사로 운영되어 

모르는 영어로 순서를 기다리고 알아들으려고 기를 쓰니 피곤이 절정에 달하는데

하루 종일 미국식으로 먹어 입맛까지 꺼끌 했던 것을 달래려고 밥솥을 열어보니...


딸은 전화를 받고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조금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뚜껑을 닫았다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밥을 해 달라고 했었다.

아들은 남아 있는 밥을 그릇에 담아 랩을 씌워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쌀을 씻어서 조금 있다가 전기를 넣었다고 하는데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고슬고슬하게 잘 저어져 있었다.

온다는 시간보다 더 걸려서 밥이 떡이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


한 번은 내가 외국인 부모들을 위한 모임에 가느라고 김치볶음밥을 한가득 만들어 놓고

늦어지면 저녁까지 먹을 수 있게 많이 해 두었다고 두 아이에게 보여줬었다.

아들이 하는 말이 

누나가 점심을 차려 준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다 됐다는 말이 없어 가 보니

그 많은 김치볶음밥을 다 데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어서 레인지에 돌리면 되는데 했더니

놀래면서 그런 방법이 있었네 했다고..


이래서 딸도 딸 나름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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