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미국에서

by seungmom

한 계절을 건너뛰어 아이들이 있는 이곳에 오면

언제나 지나간 계절의 옷들이 그대로 걸려 있다.

지나간 계절의 옷들을 빨아서 자로 잰 듯이 개어 넣어 두면서

터진 곳을 찾아 수선을 하거나 헤어져 못 입을 것을 챙긴다.

이런 일들이 내가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에 나는 뿌듯해진다.


좀 더 비싸고 넓은 아파트에는 집안에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 와서 살았던 곳에는 공동의 세탁실에 세탁기와 드라이기가 있었다.

처음 아파트의 세탁실에 있는 세탁기를 쓸 때엔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같은 인종끼리 같은 세탁기를 써도 남이라는 인식에 떨떠름한데

지구상의 모든 인종들이 다 같이 같은 세탁기를 쓰는 것이다.

간혹 세탁물에 긴 금발 머리카락이라도 따라오면 더욱더 그랬다.


이 상황은 집안에 세탁기를 두고 매일 세탁을 하던 그런 삶을 살게 해 주지 않는다.

세탁실에 세탁물을 가져가서 세탁기를 돌리고 드라이기에 넣어 말리는 것..

이런 하나하나가 모두 정해진 금액이 있고 헹굼을 더 하려면 추가 금액이 있다.

그러니 같은 돈을 내고 쓰는 거라면 적당한 빨래의 양이 있어야 아깝지 않다.

그러면서 아무리 빨래의 양이 적어도 무색과 유색의 빨래는 따로 해야 한다.

그러니까 빨래를 듬뿍 모아야...


세탁실에는 세탁기와 드라이기가 3-4대씩 있다.

듬뿍 모아둔 빨래를 무겁게 들고 세탁실에 가면 한 번에 해결을 하고 싶은데

세탁이 끝났는데도 놔두는 사람들이 많아 그것이 쉽지가 않다.

요일과 시간대를 잘 맞춰야 왕복 세 번으로 마칠 수 있는데

세탁기에 집어넣고

드라이기로 옮겨서 돌리고

다 말린 빨래들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미국 전부가 이런지는 몰라도

지금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빨래를 베란다에 널지 못하게 하고 있어

구겨지고 줄어드는 것은 집안에서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이런 상황들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스웨터도 세탁기에서 빨아 형태를 잡아서 말리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 일들이 내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할까 하면서 궁리를 하는데

문뜩 다른 것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기저기 곳곳에 있는 세탁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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