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식사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딸과 했던 대화다.
내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약 석 달을 지내고 떠나는 날인데
딸아이가 이번에는 너무 먹어서 살이 많이 쪘다며
체중계에 올라서서 고함을 지른다.
이제 떠나야 하는 시간이 겨우 5시간 정도가 남아 있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섭섭하거나 아쉽거나 해야 하는 그런 시점에서
내가 와서 살만 찌게 만들었다는 식으로 원망하고 있었다.
내가 살찌게 만든 것도 아닌데..
3주의 짧은 겨울 방학 동안 열심히 먹고 가야 한다던 아들이 기숙사로 떠나고
딸은 나를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아들이 하던 것을 대신해서 저녁을 챙기게 되었다.
저녁에 뭘 먹을 거냐고 묻는 말에 열심히 차려낸 것밖에 없었는데
꼬박꼬박 저녁을 먹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난 혼자 먹어도 잘 먹는데..
나는 눈치가 보여 자꾸 어디에 살이 쪘는데 하며 충격을 줄이려고 하는데
그 말들에 화는 점점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나도 많이 쪘다.
그래도 일본에 가면 먹지 못하는 것들이 잔뜩 있는 이곳에서 참고 지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계산 없이 먹었다.
더 많이 먹고 싶어도 결국 먹을 수 있는 것은 하루에 세끼가 전부다.
고기를 싫어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와 야채 겉절이 등을..
한 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낙인데 그것을 나는 내 손으로 줄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동안 못 먹은 한을 풀듯이 먹었다.
딸아이는 그래도 이렇게 많이 찔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난 옷맵시보단 먹는 한을 푸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고
딸은 모양을 위해서는 먹는 것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난 먹고 나서 이렇게 후회하는 것은 거의 없다.
아까워 억지로 먹고 탈이 나는 일이 생겨도 먹지 말걸 하는 생각은 잘 안 한다.
이미 체중이 늘어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내가 떠나고 나서 체중을 확인하고 줄이려고 했다면 좋았는데..
공항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이가 아까 소란스럽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말을 꺼낸다.
세명이 모두 살이 쪄 있으면 사람들이 쯧쯧하며 한심하게 본다며
적어도 한 명은 날씬해야 한다고 한다.
왠지 이 말에 끄덕여졌다.
그동안 날씬한 딸 덕분에 자칭 후덕한 나도 예쁘게 보였던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딸 덕을 보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