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손재주
자랑하고 싶어 쓰다가 넣어 두고 몇 년이 지났다.
전원생활 3년이 지나면서 도시로 나가자고 마음을 먹고는
거의 2년을 찾아 헤매다가 정말 거의 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내 능력에 맞추다 보니 산 중턱에 아들보다 한살이 많은 집이지만
집안이 모두 다 고쳐져 싱크대도 욕실도 멋진 디자인으로 새것이었다.
이 집은 간혹 들르는 집이 될 거라고 복도 쪽으로는 창이 없었으면 했는데
그런 집이면서 끝집이어서 동남쪽에는 베란다가 남서쪽으로는 창이 있었다.
방마다 있는 남서쪽의 창은 약간 튀어나온 ㄷ자의 창인데 밖에서 보면 예쁜지만
그 창은 투명유리도 아니고 유리안에 철사가 있어 밖의 경치도 볼 수 없는데
커다란 부분의 창은 여는 창이 아니고 양옆의 20cm 부분이 열 수 있었다.
그 작은 창이라도 열면 엄청난 산 바람이 들어오지만 방충망이 없어서
신나게 벌레들도 같이 바람을 타고 들어와 처음엔 얼마나 놀랬는지
한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었다가 공기를 바꾸려고 할 때엔 열어 놓지만
지내면서는 방충망이 없어 열기가 무서운 작은 창문이었다.
이 창문에 방충망이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면 환기도 잘 되고
산 중턱의 신선한 공기도 그대로 마실 수 있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이 작은 창문에 달 수 있는 만들어진 방충망 같은 것은 어디도 없었고
비싸더라도 하나쯤은 주문제작하는 곳에서 주문을 해 보려고 하니
비용을 걱정하며 창의 크기를 듣고는 만들 수 없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예쁘다거나 편리한 것도 필요 없이 그저 창문에 방충망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구나 하면서 방충망 다는 것을 관두기로 했었다.
그러나 며칠을 참다가 다시 방충망이 있으면 하는 간절함이 멈추지 않아
실패를 하더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 보자고 한번 도전이라도 해 보자고
가장 복잡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머리를 썼다.
욕심을 내지 말고 그저 이 창문에 방충망이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그래도 열고 닫는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딱 이것만 하자고
자유로운 소재로 나무를 택하고 열고 닫는 것은 자석이 편할 것 같다고 정했다.
재료를 사러 갔더니 마침 딱 맞는 길이의 망이 있어서 그것으로 결정하고
방충망이 방 안쪽으로 달릴 건데 문을 닫거나 열 때 방충망을 움직여야 해서
창의 안쪽으로 나무틀을 만들어 고정을 시키고 그 틀에 방충망을 붙이려고
나무의 두께를 골라서 원하는 길이로 잘라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열고 닫을 때 방충망을 고정시키는 자석은 나무의 폭에 맞는 판 자석으로
한쪽 기둥에 방충망을 고정시킬 때 쓰려고 질긴 낚싯줄도 샀다.
만들기 시작하면서는 이 재료값이 가치를 다 할 건지 걱정이 되었지만
기둥이 되는 나무틀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잘 되어 만족이 되었는데
망을 나무틀에 고정시키는 것이 엄청 힘들어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망이 철로 된 것이 아니고 플라스틱이어서 엄청 탄력이 좋아 잘 말렸는데
그래서 고정이 안되니 기껏 한쪽을 잡아두면 다른 한쪽을 할 때 틀어졌다.
이경우에 쓰는 뭔가 기구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반복을 했는데
점점 모양이나 완벽은 사라지고 그저 망이 고정만 되면 된다고 애를 썼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충망은 3개의 창에 붙어 있는 6개나 되는 작은 창문 중에
겨우 한 곳을 해 두었지만 이젠 마음 놓고 신선한 바람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는데
이것을 본 아래층의 아기 엄마가 너무 부럽다고 자기네 집에도 달아 달라고 했다.
망을 고정시키는데 너무 고생을 해서 나도 한 곳밖에 달 수 없었다고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내가 주문도 받았다고 엄청나게 우쭐거리면서 자랑질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