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열정
공부를 하면서 샤프펜슬을 새로운 것으로 장만했다.
이 나이에 필기도구를 욕심 낸 것이다.
우연하게 뉴스로 K-MOOC라는 온라인 공개강좌를 알게 되었다.
꼭 나를 위한 것 같아 얼른 등록을 하고 마음에 드는 강좌 하나를 시작했다.
그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즐기려고 한 것인데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퀴즈와 기말시험의 점수가 60점이 넘으면 이수증도 준다고 한다.
안 써서 그대로 방치된 아이들의 오래된 공책을 펴 놓고
종이 수첩에 기록할 때 썼던 샤프를 2년 만에 꺼내 들었다.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려니 뭘 들었었는지 긴가민가 하던 퀴즈가 결국 틀렸다.
그래서 60점을 향해 공책에 강좌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
내용이 너무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나 같은 학생을 위해서 인지 적당하게 어려우면서 흥미는 잃지 않게 재미있었다.
나도 나름 꽤 세상을 알고 산다고 스스로 우쭐거렸는데
내가 아는 것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 이제는 말하기도 창피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나이에 배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덤비니 해지는 것이 신기했다.
그냥 의식 없이 듣던 단어를 내 손으로 써보니 정말 학생이 된 것 같았고
틀린 것에 열을 내면서 공책을 뒤적거리는 내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니
이런 열정이 나에게도 있었나 하며 모르는 나를 보게 되었다.
무엇을 하려고
무엇에 쓰려고 하는 건지 나도 아직은 모른다.
다만 내가 모르는 세계를 조금은 느껴보고 싶다.
조금은 아이들이 했던 말들이 이해가 되고
뉴스에서 봤던 IoT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 것으로 지금은 대 만족이다.
공책의 글이 정말 엉망이다.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요령 없이 손에 너무 많은 힘을 주었나 보다.
열 장 넘게 쓰고 나니 힘을 빼고 써도 엄지 손가락이 아파서
쥐는 부분이 편하게 되어 있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쓸 것 같아 보이는 샤프를 손에 넣었다.
이것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학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