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과 청소

중년의 습관

by seungmom

석 달만에 나만의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현관에 실내화가 떡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도둑이 들었었나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도둑이 오랫동안 비어 있는 남의 집에 실례를 하면서

젊잖게 실내화를 꺼내 신고 집안을 둘러본다는 말이....


절대로 내가 현관에 벗어 놓고 갔을 리가 없다며

계속 나를 위해서 나의 행동을 부정하는데

그것이 틀렸다는 증거가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난 정리 정돈에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달인으로

청소는 잘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편이다.

집안에 장식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뭔가를 사야 할 때엔 죽을 만큼 고민을 한다.

그 결과 집안은 깔끔하다 못해 삭막한 감이 있다.


청소를 해도 간단하게 끝내려고 물건을 거의 집어넣어 놓고 쓴다.

해서 집을 떠날 때엔 모든 물건이 밖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이 정상인데

내 책상 위에도 마지막에 썼던 핸드크림이 나와 있었다.


난 정돈에는 시간과 정열을 다 쏟는다.

빨래를 개어 넣을 때도 자로 잰 듯이 맞춰서 넣으려고 엄청 시간을 들인다.

영원히 다시 꺼내어 입지 않을 것처럼 공을 들이고는

다시 꺼내어 입는 것에 많이 주저한다.


친구가 한소리 했었다.

아무리 정돈을 잘 해 놔도 사람들이 보는 것은 청소의 상태라며

일일이 옷장 서랍을 열어 보일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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