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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일본에서 도피시킨 이유 1

속과 겉이 다른 예의

by seungmom

왜 일본을 도망치듯이 나왔는지...


한국인으로 살았던 눈으로 훤히 보이는 가식은 미치도록 무서웠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면서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썩 마음에 드는 교육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아이들에게서 일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어떻게 되어 있던지 우선은 웃으며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가 차려진다는 것만 보면 좋은 교육 같아 보일 겁니다.


마음은 다른데 예의가 차려진다고 하는 것은 가식이 되며 가면을 쓴 것과 같아진다는 것은

저처럼 한국의 교육에서 자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을 일본은 대 놓고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속내를 보이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이런 반복적인 훈련은 언제든 자신만의 합리화에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되고

꼭 진실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명분을 실어 주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납치를 당해도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속에서는 줄도 잘 서면서 큰소리로 떠들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억누르고 살다가 언제가 한 번씩 한꺼번에 쏟아냅니다.

이들은 서로가 그러고 살았고 그래서 터트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우리의 눈으로 보면 항상 예의와 친절로 가면을 쓰고 있다가 갑자기 벗어버리는 것을...


일본에 놀러 온 한국인의 의사소통을 거들었을 때의 일입니다.

한국인은 속과 겉이 거의 같이 움직여서 친절할 때엔 그러고 싶어서 나오는 행동입니다.

일본인은 어떤 마음이던지 일단 친절합니다.

그런데 속과 겉이 같은 한국인은 일본인의 친절을 한국인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보고 있는 제가 속이 상할 정도로 일본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데

일본인들은 그런 고마워하는 마음을 뒤에서 비웃으며 모자라다고 합니다.

그런 일본인들의 대화가 들렸을 때엔 정말 뒤집어엎고 싶었는데

한국인들이 마음 상할까 봐 전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고마워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그저 형식적인 고마움으로 끝냈다면 비웃음은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일본인의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일본의 교육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진 사람들은 그 속에서 기준을 세워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일본의 소설이나 만화의 대사를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일본의 책들이 지금 너무 많이 한국에서 읽히고 있다는 것도 겁이 납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진실을 이해하고 같이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을 이해하고 상대하는 편이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인에게는 진실함이 빠진 겉으로의 예의로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간혹 한국인 같은 일본인도 있습니다.

혹 그런 일본인을 알게 되면 그때 진심으로 대하면 됩니다.

그래서 저도 20년을 알고 지내는 일본인 친구가 몇 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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