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리는 날
꽁치의 계절인지 마켓마다 신선한 꽁치가 가득하다.
생선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치진 못한다.
먹는 것에는 망설임이 없는데 요리에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구워진 것을 사다 먹는다.
자칭 차분한 성격으로 명석한 두뇌에 잘 기억된 생선 구조를 떠올리며
간단히 꽁치 한 마리를 멋들어지게 발라먹는다.
제철의 꽁치맛은 고등어에 비할 게 아니라면서
긴 생선 가시와 머리 등이 먹은 흔적으로 남겨졌다.
일본은 한국보다 늦게 분리 수거를 시작한 것으로 기억을 한다.
한국에서 석 달을 지내다 올 때면 새로운 수거 방법이 하나씩 생겼었는데
이제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까지 정해 놓은 것이 많아졌다.
페트병은 재활용인데 페트병의 뚜껑은 플라스틱으로 페트병과는 다른 분리를 한다.
페트병에 붙은 비닐도 떼어 내야 하는..
대 단지 아파트에서는 한국처럼 재활용과 쓰레기를 모아 두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규모가 작아서
요일마다 버리는 것이 다르며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에 버려야 하는데
까마귀가 너무 극성을 부려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출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 나이에 확실한 저녁형 인간이 지키려니 이것도 고통스럽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한 적도 있으며
아예 잠을 안 자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쓰레기를 버리는 데 성공한 날에는 하루 종일 멍을 때려야 한다.
약속도 쓰레기 버리는 날과 조절을 해야 하고
다음 쓰레기 버리는 날이 오기 전에 비행기를 타야 하면
쓰레기를 여행 가방 속에 넣어 공항까지 들고 가서 버렸다.
쓰레기의 지배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우아하게 앉아 맛있게 구운 꽁치 한 마리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얼른 남은 생선의 머리와 뼈와 내장을 잘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쓰레기 버리는 날은 아직 3일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