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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필 Jun 17. 2022

Web 2.0에서 Web 3.0 PO로써의 도약

웹 3.0 PO로써 살아남기


Web 2.0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의 PO 


나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아주 재미있게 다니고 있었다. 회사에 초기 멤버로 들어오고 난 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1,000명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서 11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말 그대로 로켓 성장을 하고 있었다. 


제품을 빠르게 성장시키면서 정말 다양한 업무를 접해보았다. 기획, 디자인, 세일즈, 마케팅, 데이터, 채용, 문화 만들기 등을 하면서 말 그대로 폭풍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인공지능은 세련되거나 글로벌 진출을 하기에는 조금 힘든 부분이 많았다. 가장 핵심은 내가 생각했던 인공지능 Product owner의 모습과 내가 하는 업무와도 괴리감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였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내가 공부하면서 직접 접목을 시킬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사업을 이끌어 나아간다기보다 대인관계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서 힘들었다. 이렇게 업무에 지루함이 찾아왔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서 퇴근하고 부동산, 주식, 블록체인에 대해서 매일 밤 두 시간씩 공부하였다.


그중에서 당연히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이 갔다. 블록체인 인더스트리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Web 3.0 관심의 시작

중앙 집중화(Centralization)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월드 와이드 웹(WWW)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안정적이고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인프라를 구축한 소수의 중앙집권적 실체들은 월드 와이드 웹의 큰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통제와 규제를 결정한다.


웹 3.0은 이 딜레마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한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독점하는 웹 대신 웹 3.0은 분산화를 수용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구축, 운영 및 소유하게 해 준다. 기업이 아닌 개인의 손에 권력을 쥐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멋진 이념을 근간으로 웹 3.0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21년에는 모두가 NFT와 DeFi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웹 3의 투자 및 채용 공고는 400% 이상 성장했다. 웹 3.0은 여전히 진화하고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표준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없다.


나 또한 웹 3.0쪽으로 커리어를 전환하여 큰 영향을 미치고 싶었다. 경력도 확장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는 동시에 불투명하고 위험한 결정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존의 흔한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PO로써 일을 하는 것보다 탈 중앙화 거래소(DEX)에서 일해보는 것에 대해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서류통과 후 면접을 보았다. 크립토 시장에 대해서 이해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사전과제를 내주었다.


사전과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을 잘했던 것 같다. 운이 좋게도 크립토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어 많은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팀에 합류가 결정되었다.



Web 3.0 PO로써의 입사 전 준비 과정


나는 합류하기 이전에 너무나도 광범위한 웹 3.0을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다. 웹 2.0 서비스에서도 프로덕트 오너의 롤이 제각기 다른데 웹 3.0에서는 더 광범위하다. 또한 대부분 프로젝트는 PM 없이 성공했다. 

웹 3.0팀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부분 PM과 그다지 관련이 없다. 100명도 안 되는 직원으로 PM 없이 엄청난 벨류에이션을 만든 이더리움 재단. 아주 성공한 NFT 프로젝트들도 PM은 없다. DeFi 프로토콜을 만들 때도 주로 개발자만 있으면 된다.


내가 프로토콜을 만들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존 금융시스템에 있는 파생 상품들을 완벽히 이해해서 그것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제품을 출시할만한 지식이 있지도 않았다. 대표 거래소 바이낸스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파생 상품들을 다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웹 3.0 프로젝트들의 좋은 점은 백서(Whitepaper)가 있어서 이 회사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사업계획서 같은 문서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는 투자설명서와 비슷한 개념이다. 회사가 가려고 하는 청사진에 대해서 이해하였다.


합류하기 한 달 전 회사 대표님께서 새로 합류하는 멤버들을 위해 12시간짜리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주셨다. 지난 5년 동안 크립토 업계에 있으면서 본인이 쌓은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였다. 나는 이 강의가 정말로 돈 주고 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정보들이 많았다.


이전까지 나는 그저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만 했었다. 그래서인지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큰 공감이 생기지는 못했다.



공감의 중요성


나는 이전 직장에서도 PO로써 팀원들에게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제품을 직접 정말로 많이 사용해보라고 했다. 유튜버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었는데 나는 내가 직접 유튜버가 되어보니 어떤 점들이 부족한지 이해하였고 unmet needs를 지속해서 찾을 수 있었다.

탈중앙화 거래소를 방문하여 거래하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이해하기 위해 우선은 유명한 해외 중앙화 거래소 FTX와 바이낸스에서 대부분 상품을 직접 투자해보았다. 이후 DeFi에서 대출, 거래소, 파생상품, 복권, 거버넌스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가스비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수익률이 대부분 가스비로 나갔던 것 같다.


전업투자자가 된 느낌이었다. 물론 수익률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웠고 대표님의 강의까지 다 듣고 난 뒤 백서를 다시 읽어보니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가 갔다. 


팀에 합류하고 첫 회의를 들어갈 때에 긴장이 되었다. 과연 내가 회의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반대로 단시간에 많은 정보들을 흡수한 탓인지 몇 가지 빼고는 대부분 이해가 잘 갔다. 


운이 좋게도 입사 첫 주에 회사에서 Web3 Korea 2022 행사 주최를 하였다. 3일 동안 다양한 연사들의 발표를 듣고 네트워킹 파티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행사 이후 웹 3.0에 10% 정도 이해를 한 것 같다. 이후 기획회의를 하는데도 팀원들과 큰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위기 직면


전 직장동료들과 거한 송별회 파티를 하고 친구들과도 퇴사 기념 파티를 하였다. 그런데 팀에 합류하기 일주일 전 테라 루나 사태가 발생했다.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괜찮다고 하였다. 

Do Kwon의 여파는 시장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해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테라 블록체인 붕괴 사태 이후 한국 기반 프로젝트와 투자·파트너십을 진행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테라 블록체인 붕괴 사태가 수많은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테라의 평판과 신뢰가 무너지면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도 다음 라운드 펀딩을 받는 데 있어서 이것이 영향을 크게 줄지 안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진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 신호로 바라보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세계 경제도 베어마켓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뒤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나는 크립토 겨울은 나쁜 프로젝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시작하는 제품이 더 잘 성공해서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행복 회로라도 돌리지 않으면 멘탈이 버티기 힘들 것 같다. 



Web 3.0 PO로써의 삶의 변화


이전에도 경제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만 보는 정도였다. 정보를 가지고 누구랑 토론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웹 3.0 PO로써의 하루아침의 시작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고 일어나면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있다. 그것들을 정독하는데 1~2시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한다.

웹 2.0 서비스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공부해야 할 것들이 계속 생기고 이해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웹 3.0은 흥미로운 새로운 개척지이며 전 세계의 모든 사람과 탈중앙화라는 이념을 두고 계급장 떼고 싸우는 곳이기에 정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느낌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후 더 계속 성장해갈 모습을 보니 나름 뿌듯하다. 이 인더스트리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립토 윈터를 잘 준비해보자 과연 이길지 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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