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쉬워서 쓰는 말
국내에서 잘 나가는 기업들은 대부분 디자인 경영, 디자인 띵킹을 강조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참 매우 다르다. 나는 디자이너 출신 프로덕트 오너라서 옹호하려는 글을 쓰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예전보다는 우대받기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내가 만난 많은 회사의 내부 관계자들은 그저 이쁘고 깔끔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너무 아쉽다. 기획자가 스크린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 문화가 대부분이다. 나는 왜 이런 문화가 있는지 의문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달성해야 할 문제점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요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하청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스크린 디자인에 대해서 완벽한 이해도가 있는 기획자들을 많이 만나보지도 않았다. 이런 건 디자이너가 더 잘한다. 국내에서 나는 왜 대부분 기획자들이 스크린을 만들고 그걸 디자이너가 가공을 하는 시스템인지 이해가 안 간다.
기획자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끊임없이 분석하고, 선보이려는 서비스가 사업 목표와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에 집중을 할 시간도 부족하다. 고객을 위해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 어떤 정보를 더 명확하게 노출해야 할지 결정을 하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 나아갈지 디자이너에게 알아서 판단하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우리는 디자이너에게 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들도 역할에 대해서 보는 관점이 상당히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심미성을, 또 다른 누군가는 빠른 가설 검증의 수단을 디자인으로 바로 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의 디자인이 템플릿화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문제 해결 능력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결국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제품의 디자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하거나 기존 제품의 개선을 감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이러한 환경을 최대한 잘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권한을 주어 직접 나서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브레인스토밍 하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엔지니어 및 리서처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물 모형을 구성하는 과정을 총괄해서 하는 역할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다.
이러한 선입견을 우리는 깨야하며 역할의 이동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부 관계자 혹은 기획자들은 디자이너에게 설계된 와이어프레임을 얼마나 시각적으로 더 잘 보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요구를 하는 것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잘 논리적으로 해결을 하며 데이터로써 그것을 검증한 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실력을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