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가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오너 롤을 맡았을까..?
나는 UX 디자인과 HCI를 공부하였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디자인을 더욱 큰 의미에서 배워나갔고 비즈니스 전략 등을 많이 공부를 하고 또한 스타트업도 직접 해보았었다. 물론 망했다. 그러고 나서 모빌리티, 금융권에서 경험을 해본 뒤 스타트업에 들어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였다.
'디자인'을 축 삼아 문제 해결 범위를 넓혀가다 보니 회사 사람들이 나를 디자이너가 아닌 프로덕트 오너의 롤로 바라보았다. 나는 심미적인 집착보단 문제의 본질에 집착을 하였고 디자인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할 시간에 빠른 실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에 나가기까지는 모든 것은 가설이기 때문에.
정말로 어떤 고객이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것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겪는지에 대해서 더 집착하여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 결국 고객은 우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VOC를 확인하고, 사용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량적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제품의 방향성을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하며 제품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빠르게 디자인을 만들어서 메트릭을 측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이클로 문제 발견 - 가설 수립 - 측정의 사이클을 돌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니어 디자이너가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다고 말을 하였다. 그날 퇴근하고 집에 가서 많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고 PO라는 직군에 대해서 커피 챗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나에게 더 맞는 옷 같다고 판단이 들었다. 대표를 찾아가 직무 변경 요청을 하였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을 해주었다.
작은 회사의 CEO처럼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되었고 더 큰 명분이 생겼다. 그에 따르는 고민의 범주가 점점 넓어졌다. 그래도 제품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은 똑같았다. 가장 큰 변화라면 프로덕트에 관련된 사항이라면 무조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오너십이 생겼다.
기존에 디자이너로 일할 때에 보이지 않았던 팀원 관리, 비즈니스 전략과 제품과 연관된 모든 프로세스를 이해를 해야 했다. 기존에는 JTBD(Jobs-To-Be-Done)이라는 프레임워크가 크게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PO가 되고 나서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또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 JTBD, 고객이 우리 제품을 왜 고용하는지에 대해서 드디어 피부로 와닿았다. 또한 회사를 만드는 이유가 이러한 JTBD을 해결해주면서 win-win 법칙에 대해서 이해가 더 잘 갔다.
니즈의 파악은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며 이전에 디자이너 때에는 바빠서 고객의 목소리를 많이 듣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용자를 이제는 매주 2~3회 이상 직접 만날 수 있고 데이터를 가까이하면서 우리 사용자가 누군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채널에서 사용하고 있고 또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제품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때에는 내가 설계한 화면에 따라 유저의 행동 패턴을 집요하게 추적하지는 않았다. 배포 후에도 많은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젠 프로덕트 오너로써 추적하는 습관이 생겼다. 배포한 기능이 최초에 목표로 했던 지표를 달성하는지 꼭 확인하고 팀원들에게 공유를 한다. 잘 안 나왔다면 이것이 왜 안 나왔는지 지속적은 why를 생각하며 다음 가설을 실험한다.
시간과 리소스는 언제나 부족하기에 현재 어떤 유저들에 집중을 하여 기능들을 개발하고 빠르게 시장에서 유저들에게 value point를 많이 줄 수 있는지 끈질기게 집착하는 태도가 생겼다. 퀄리티가 조금 내려가더라도 어떤 것을 고객이 흔쾌히 고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꾸준히 개선하려는 마인드도 변경된 것 같다.
디자이너일 때 화면을 보여주면서 설득을 했다면, PO는 글과 말로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황금 이빨이 되어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단순히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가 이를 뒷받침해야 하고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어떤 메트릭을 측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사전달을 해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PO를 해보기 이전에는 mini CEO라는 권력을 가지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깨달은 것은 PO는 누구의 상사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겸손해야 하며 의견이 모든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떠오른 계획을 무작정 실행시켜라 하는 무식한 상상을 했던 과거가 민망하다.
처음에 PO의 세계로 발을 들이기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통계학, 컴퓨터 공학, 경영학을 기반으로 지식의 기반을 다져온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과연 내가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 용어에 관한 공부, 데이터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능력, 비용 계산 등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두려워할 시간에 직접 부딪혀보면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PO라는 직군은 학과가 따로 있지도 않고 전문적 교육을 통해 육성되는 직군도 아닌 것 같고 어떠한 PO여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들이 사실상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다 보니 사라졌다. 정성 UX 리서처로 경험이 있었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과거에 회계학과에 다녔던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Dev Ops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 강의도 사봤지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내가 PO로써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고 그 역량을 더 확장해서 나아가려고 노력 중에 있다.
리더십, 오너십이 커져가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인 세계에서 모든 디자이너가 PO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단순한 화면을 넘어서 디자이너로써 많은 강점들이 있고 더 큰 도전을 하며 시각을 넓혀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도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