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한 하루
나는 매니큐어 바르는 남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 손톱 영양제를 바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취향이 생긴 건 아니고 내 불안을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응?
어려서부터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었다. 불안한 마음을 애꿎은 손톱에 표출했다. 나와 내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은 나에게 손톱 물어뜯지 말라고 지적한 경험이 한 번 이상 있다. 이 나쁜 습관은 생각보다 쉽게 고쳐지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심해졌다. 나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피가 날 정도로 뜯는 거냐고.
말만 들어도 지저분하고 분명 고쳐야 할 습관이다. 나에게 습관이란 '성실한 루틴‘ 의미하는데 손톱 물어뜯는 '습관'은 눈치 없이 거기에 왜 꼈나 싶다.
나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뭐가 그렇게 불안하니? 손톱 물어뜯는 증상은 보통 마음이 불안한 상태 거나 애정결핍 증상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근데 이걸 어쩌지, 둘 다 맞는 것 같다.
내가 주로 언제 손톱을 물어뜯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1. 대중교통 2. 회사 3. 집
"저 정도면 그냥 하루 종일 뜯는다는 소리 아냐?" 적고 보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불안은 그렇다 치고 웬 애정결핍? 어린 시절의 나는, 어딜 가든 어른들에게 예쁨 받았다. 친구들도 날 좋아했다. 나와 친해지고 싶어 먼저 다가오는 친구들이 많았고 의도치 않게(무의식적으로 의도했을지 모르지만) 내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린 시절의 내가 아니다. 그런 환경이 당연한 것처럼 자라다 보니 '지금의 나'도 타인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꽤 비중 있는 무의식으로 자리 잡았나 보다. 그리고 그것이 애정 결핍과 불안을 조성했었던 걸까.
다시 매니큐어 이야기로 돌아와서 최근 다이소를 구경하다 손톱 영양제라는 것을 처음 봤다. 가격은 2천 원. 2천 원으로 20년 넘게 끊지 못한 습관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구매했다. 그런데 의외로 효과가 있다. 5번 뜯을 거 2번만 뜯게 된다. 이거 효과 있는 거 맞겠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렇다고 지금 내가 혼자인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예뻐해 주는 가족이 있고 나이 들수록 더욱 깊은 신뢰감으로 똘똘 뭉치는 부랄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손톱 물어뜯고 있는 내 손을, 말없이 자신의 손으로 감싸 덮어주는 사람이 있음에 오늘 하루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