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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r 11. 2024

스무 살의 도서관, 図書館, Library

자기계발서 좋아하세요?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고 문학도 잘 모르지만 그냥 책 읽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아마 도서관을 좋아하니까?


 나의 스무 살은 주변 친구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했었다. 대부분의 스무 살이라면 대학교에 입학을 했겠지만 나는 대학교에 입사를 했다.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입사[入社], 그러니까 학생에게는 ‘학교'겠지만 교수나 교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인 대학교에 행정직 인턴으로 입사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 대신 선택했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해 놓은 것이 나름 경쟁력이 있었나 보다.


 입사를 하고 도서관 사무실에 배치받았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에게 무슨 일을 맡기겠는가. 맡길 수도 있었겠지만, 팀장님의 눈에는 그 정도로 내가 똘똘해 보이진 않았나 보다. 주로 도서 등록 및 대출/반납 관리, 대출대 교대 같은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업무들을 하게 됐다. 그런데 나는 좋았다. 오히려 그게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사무실의 적막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일하기보다는 주로 서가나 대출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혼자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눈길이 갔다. 그중 빌리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도 많았다. 표지가 예뻐서 빌렸다가 재미없어서 안 읽게 된 책들도 있었고, 인터넷에서 추천받아 빌려봤지만 내가 관심 없어하는 주제의 내용인 책들이 그랬다. 그렇게 나름의 과정을 거쳐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추리 소설과 자기계발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장 많이 빌려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를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과거 부랄친구에게 내가 읽은 자기 계발서 이야기를 했다. 그 책을 읽고 '평소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신나게 조잘거렸다. 친구는 별다른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그 이후로 책 관련 이야기를 하면 "자기계발서 또 읽었냐?"라고 했다. 저건 분명 놀리는 어투였다. 친구의 놀림을 몇 번 더 받으니 '자기 계발서는 더 이상은 읽으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책 읽는 행위'에 심취해 있었다. 쉽게 읽히고 끌리는 책들만 읽다 보니 자기계발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서는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침대에 누워 엿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읽기만 하고 있다면 읽던 책을 잠시 덮고 중간 점검(?)을 해보자.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 일상이 달라졌나? 생각은 좀 바뀌었나?


 최근 회사 근처 구립도서관에 방문해 대출증을 발급받았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2시간으로 보통 여유롭게 밥을 먹고 동료들과 카페를 간다. 말 주변이 없는 나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구립도서관을 발견한 뒤론 회사 근처에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은밀한 점심시간을 보내는 것 같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 또 자기계발서 빌려야 할 때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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