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이다. 쓸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는 것과 쓸 말'이 없는 건 다르다. 수다 거리는 많다. 새로운 미술 학원을 다니고, 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이런저런 할 말은 많은데 브런치에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그런 이유로 글을 쓰지 못했다.
‘왜 글을 쓰지 못하는가’와 ‘무엇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전세 사기 이야기로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후 여행기, 러닝일지, 자기 성찰,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썼다. 이런 주제들이 지루해진 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쉽게 말해, 브런치에 또 올릴 정도로 ‘대수야?’ 싶었다.
전세 사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상황이 끝나려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으면 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 남 일처럼 지켜보기도 한다. 아프지만 무뎌진, 이상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작년까지 자주 다녔던 여행도 당분간 계획이 없다. 이사 비용이 꽤 컸던 탓도 있다. 그리고 올해는 해외보다 국내 여행을 소박하게 즐기고 싶다. 그래서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냥 떠나고 싶을 때 떠나버릴 생각이다. 하루빨리 날씨가 풀려 싱숭생숭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기대하시라, 승띵의 국내 여행기.
최근 러닝도 다시 재미를 붙였다. 집 근처 다양한 러닝 코스 덕분이다. 초반엔 남들처럼 페이스도 올려보고 심박수도 신경 썼다. 하지만 형편없는 기록에 실망감만 더해질 뿐이었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방식임을 깨달았다. 이제는 천천히 30~40분 뛴다. 내 몸이 가장 좋아하는 속도를 이제야 찾았다. 러닝을 통해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는 더 어려워졌다. 나이가 들수록 ‘나’라는 존재는 싫든 좋든 단단하게 굳어져가는 걸 느낀다. 누군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굳이 이 단단함을 느슨하게 풀고 싶지 않다. 이런 고집을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 증거'라고 말해도 될까?
별 볼일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벌써 3월이다. 그저 이렇게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