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야 놀자라는 오랜 코미디 영화가 있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박신양을 우두머리로 하는 조폭 일당이 어느 암자로 피신을 갔다.
-정진영을 우두머리로 하는 암자의 스님들은 조폭 일당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암자의 큰 스님은(고 김인문) 조폭 일당을 품어주려고 한다.
-큰 스님은 밑 빠진 독을 주고, 이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사람의 뜻대로 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조폭파와 스님파는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박신양의 아이디어로 조폭파는 밑 빠진 독을 들어 절에 있는 연못에 던진다.
-큰 스님은 그것을 보고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다 못해 흘러 넘치네"라고 한다.
-어느 날, 박신양은 큰 스님에게 묻는다. "왜 우리를 감싸 주십니까?"
-큰 스님은 박신양에게 다시 묻는다.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질 때, 무슨 생각으로 던진거야?"
-박신양이 대답한다. "그냥 던졌습니다."
-큰 스님이 말한다. "나도 밑 빠진 독같은 너희들을 내 마음에 던졌을 뿐이야."
50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최근에 받았던 질문이다. 이전 같았으면 어느 기업에서 CMO를 하고 있거나, 내 회사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고민이 많아서인지, 생각이 단순하게 흐르지는 않는 듯하다.
나는 직업이나 일보다는 "어떠한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이야기 했다. 어떤 직장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보다는, 어떤 사람.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저 큰 스님같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밑 빠진 독같은 사람도 흘러넘치는 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렇게 봐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 마음이 넓은 사람.
그렇게 놓고 보면, 결국 모든 것이 내 문제다. 내 마음이 비좁은 탓. 품어 주지 못하는 탓.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지금은 고갈이 된 상태라 여력이 되지 않지만,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나는 또 성장해 있을 거다. 축구할 때,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뛰면 그게 실력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이 그런 시기일 거다.
나는 오래전부터 넓은 마음을 갖고 싶었고, 그 때마다 조금씩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계속 가지고 살고 싶다. 내적인 체력이 방전이 되더라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목표. 밑 빠진 독같은 그 누구라도 받아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작은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