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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승욱 Jan 02. 2023

2023년, 특별한 계획은 없고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으려고합니다.

“시간”에 관해 말하는, 전혀 다른 관점의 두 문장이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거든요”

먼저 유명한 물리학자가 TV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 2022년에 유튜브 클립에서 보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그런 것처럼.”

두번째는 2022년 연말 아주 핫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대사다. 같은 시간에 부자들은 더 부자가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는 맥락에서 나왔던 송중기(극중 진도준)의 내래이션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나에게 정반대되는 저 두 가지 견해 중 어디에 더 동의하냐고 묻는다면, 후자다. 


물리적인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질지 모르지만, 그 시간의 “가치”는 다르다. 회사에서는 막 입사한 신입의 1시간 보다 리더의 1시간이 훨씬 더 가치있다.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빌게이츠에게는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시간보다 그냥 지나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시간으로 돈을 사고, 현명한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산다고 했던가. 그럴듯한 말 같이 들렸다. 근데 아니꼽게 따져보자니 좀 다르게 보인다. 시간을 돈으로 사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 현명한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인가? 가난한 사람은 현명해질 수 없는 건가? 가난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든, 현재 당면한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매일이 그런 삶의 연속인 사람들을 일순간에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문장 따위를 명언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어떤 의도에서 한 말인지는 동의하고 알아듣겠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적용하자니 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말 뿐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그러다가 문득 내 삶을 돌이켜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내가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뭐 대단히 부요하게 산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다만 우리 사회에 하이어라키가 있다고 해보자. 상위에 있는 그룹에서 보기에는 내 생각이 가소롭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하이어라키의 아래에 속하는 그룹에서 그렇지 않을거다. 소유라는 개념은 비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어서, 나는 그냥 내 기준대로 생각했다.


내 기준. 나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고 스스로 느낀다. 원래 물욕도 별로 없거니와, 깡시골에서 태어나 가지고 싶은 거 한 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컸던 지난 시절들, 심지어 고3때 수강하고 싶은 인터넷 강의가 있어도 형편이 되지 않아 참아야 했던 지난 시절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내 삶은 부족함 없다. 어떨 때는 심지어 성공한 삶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내가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치열한 삶을 산다. 그들이 스스로의 삶에 쏟는 노력에 비해 나는 참 게으다는 생각을 한다. 게으른 삶에 비해 운이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부끄럽고, 면목없다.


비가치 시간의 가치화

그래서 시간을 좀 더 가치있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새해에는 큰 결심과 계획보다는 이런 모토를 가지고 살아보고자 한다. "비가치 시간의 가치화"


무슨 정부기관에서 쓸만한 멋없는 표어처럼 다가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올해는 비가치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치있는 시간으로 써먹어보자. 새해 첫주는 나의 삶에서 비가치 시간은 무엇이고, 그것의 가치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스케치 해보려고한다. 유튜브 보고 멍때리는 시간만 줄여도 90%는 성공일 거 같다만.


운 좋게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거다. 또 한 편으로는 누군가의 치열한 삶에 부끄럽고 면목없지 않도록 나 역시 내 삶에서 최선을 다하길. 다짐해본다. 


(쓰고 보니, 쓸데없는 짓만 하지 말자는 당연한 소리를 구구절절하게 적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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