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to-say | 채널과 인지적 위치에 따른 메시지 전략 수립
1. 이번 글은 멤버십 전용으로 올립니다. 작성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현업에서의 노하우와 여러 이론, 다양한 사례들을 매칭해 글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2. 글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맥락이 메시지를 결정한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
- 오프라인, 피드형과 논피드형, 검색, 푸시 와 같은 대표 채널 구분에 따른 메시지 전략 (관련 이론과 사례, 노하우, 방법론 및 콘텐츠 기획 관점에 대한 설명)
어떤 말을(What-tosay), 어떻게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지(How-to-say) 고민해야 한다는 걸 말씀드렸는데요. How-to-say에 대해 고민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맥락"을 고려하게 됩니다. 어떤 장소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게 말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눈치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또는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상황에 맞지 않으면 말의 힘이 반감되기도 합니다.
수사학에서도 "카이로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중요한 요소로 정리한 3가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시고 계실 겁니다. 바로 에토스(말하는 사람), 파토스(감정), 로고스(논리) 인데요. 이 3요소 못지 않게 중요한 개념이 ‘카이로스(kairos, 적절한 시기와 장소)’입니다. 카이로스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맥락적 요소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의적절성입니다.
앞서 여러 행동경제학 개념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맥락효과"를 기억하시나요? 정보가 제공되는 맥락, 즉 상황과 환경 등에 따라 같은 메시지라도 다르게 수용될 수 있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맥락이론 (Contextual Theory)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개념이기도 한데요. 메시지나 정보의 의미가 언어적 표현에만 달려 있지 않고,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메시지는 내용(content, message)보다 전달되는 상황(context)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맥락과 상황이라 함은, 곧 장소(where)와 시기(when)입니다. 즉, 내가 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장소가 어디냐, 언제냐에 따라 메시지가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편에서는 where에 관해서, 마케팅에서 장소적 맥락을 다룰 때 어떤 관점들을 가져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케팅에서 "장소"라고 하면,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을 말합니다. 고객이 존재하면서 메시지를 보는 그 장소. 더 쉽게 말하면 "채널"입니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존재하는 채널을 선택해야 합니다. 단순히 "요즘 핫하니까"와 같은 이유로 채널을 선정하면 안 됩니다. 또 "A업체 대표 말로는 네이버 배너 광고가 성과가 좋다는데?"와 같은 이유로 채널을 선정하는 것도 안 됩니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이런 식으로 매체 테스트를 합니다.) 그 채널에 우리 고객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이건 기본입니다.
채널을 선정했으면, 이제 그 채널에 맞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말인데요. 워낙 유명하다보니 미디어 전공을하지 않은 분 중에서도 들어보신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게 이 아이디어의 핵심입니다.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인터넷 또 모바일 환경 등 매체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이 고유한 매체의 특성이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들의 태도, 감정, 사고방식에 서로 다른 경험을 만듭니다.
마케팅 채널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전혀 다른 미디어입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와 구글 검색 결과창은 완전히 다른 '미디어'입니다. 매체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 방식, 기대하는 정보의 형태, 메시지를 보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다 다릅니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광고를 옥외광고 또는 OOH(Out-of-Home)로 지칭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옥외광고는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됩니다. 업체간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인데요. 일부 규모있는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이라면, 모델을 활용해 시선을 끌고 물량공세로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환경 분석을 통해 좀 더 옥외광고의 임팩트를 키우거나, 비용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제가 삼쩜삼에서 처음으로 옥외광고를 진행할 때 물량공세를 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많은 요소를 고려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아래 요소들이 제가 OOH를 진행하며, 또 진행하고나서 개인적으로 회고하며 남긴 체크리스트 입니다.
* OOH를 진행할 때 고려할 요소
위치 : 어느 지역, 어느 위치에 노출되는가?
방향 : 연속된 구간에서 일정한 방향에서만 노출되는 지면은 아닌가? 상행/하행 양방향에서 고르게 노출이 되는가?
유동인구 :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가? 유동인구가 적더라도 특정 지역(또는 지방)임을 고려할 때 집행을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인가?
상징성 : 집행 금액이 비싸지만, 브랜드 신뢰도 및 인지도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진입 가치가 있는 지면인가?
시즌 : 이 시즌에 타겟이 모이는 특정 장소는 없는가?
행동 : 해당 광고가 노출될 지역에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어떤가?
비용 : 위의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집행을 고려할만한 비용인가?
임팩트 :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면이자 물량인가?
실제로 저는 유동인구를 고려해서, 오프라인임에도 노출단가(CPM)를 추정치로 계산하여 비용대비 노출 효율을 따져보았고요. 시즌에 사람들이 특별히 모이며 광고에 노출 될 수 있는 장소들을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행동 패턴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9호선과 2호선의 역사 내 광고를 진행하는 업체들에서 각각 영업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제한적인 예산이라 하나의 노선만 선택해야 합니다. 저라면 OOH를 통해 조금이라도 유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목적이라면 다른 지하철 노선을 선택하겠습니다. 제 생각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2호선 보다 배차 간격이 길다. 배차 간격이 길므로 사람들은 주변 환경을 돌아보기 보다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본다. 심지어는 배차 시간을 미리 파악해 두고 지하철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는 승객들도 많다. 9호선 이용객들은 2호선 이용객들 보다 상대적으로 역사 내 광고에 노출될 확률이 낮은 행동패턴을 보인다.'
과학적인 통계 데이터도 없고, 이게 맞다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특정 상황에 놓인 잠재고객의 행동 패턴을 살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환경심리학의 창시자 로저 바커(Roger Barker)도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행동과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마케팅에 적용하자면,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공간에서는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공간에 따른 사람들의 동선, 행동 양식을 고려하면 OOH를 하고자 할 때, 우리 기업을 알리려면 어떤 위치와 어떤 지면을 선택해야 할지 또렷해 집니다.
어떤 사장님의 옥외광고를 도와드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분은 매장 앞에 있는 지하철 역내 기둥에 옥외 광고를 준비하고 계셨는데요. 기둥 내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셨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니 매장명과 위치는 기본으로 들어가야 하고, 매장의 장점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걸 다 담고 싶어하셨어요. 그리고 종종 외국인 방문객들도 찾아오는 만큼, 영어 설명도 포함하길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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