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to-say |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1. 이번 글은 멤버십 전용으로 올립니다. 작성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현업에서의 노하우와 여러 이론, 다양한 사례들을 매칭해 글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2. 글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물리적 시간을 넘어선 When의 개념과 마케팅 사례
- 시간이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
- 다양한 시간 단위와 마케팅 전략, 시간을 고려한 마케팅 가설 실험 구조 등
우리는 지금 "메시지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 편은 장소와 상황의 맥락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장소와 상황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when, 즉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말합니다. 타이밍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어떻게 보면 where의 확장으로서 시간적 장소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성경의 잠언서에도 때에 맞는 말의 중요성에 대한 한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은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언서 15장 23절) 라고요. 여기서 때에 맞은 말의 영어 표현은 a timely word 입니다.
메시지의 타이밍 또는 시점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말을 꺼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본능적으로 이런 말하는 타이밍을 살피기도 합니다. 친구 관계에서, 연인 관계에서, 부부 관계에서, 자녀와 부모 관계에서 내가 지금 할 말이 있는데 상대방에게 말할 적절한 타이밍인가를 고민해보신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회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죠. 보고할 게 있는데, 상사의 표정이나 팀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타이밍을 잡는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아침에 막 출근하고 나면 기분이 안 좋을텐데, 점심 먹기 전에 말씀드릴까?'
'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바쁘신 거 같네.. 점심 먹고 와서 말씀드릴까?'
'점심 먹고 조금 피곤하실 수도 있는데 한 3~4시쯤 말씀드릴까?'
'퇴근하기 전에 그래도 기분이 제일 괜찮으실텐데 퇴근하기 전에 말씀드려야겠다!'
(별 좋은 이야기가 아닐때는 특히나 이런 상황을 살필 가능성이 있죠..)
전문성을 요구하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when"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석방 판결을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요. 수형자의 가석방을 판단하는데, 오전에 심사받은 수형자의 가석방률이 약 70%였다고 합니다. 오후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오후로 갈수록 거의 0%에 가까워진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수형자의 성격에 오전과 오후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판사도 반복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해 피로를 겪는다고 합니다. 오전은 비교적 너그럽고 의사결정 피로도가 축적되지 않은 시간인 반면, 시간이 지나 오후로 갈수록 보수적이고 안전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이건 의사결정 피로에 대한 연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타이밍의 중요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케팅으로 설득하고, 행동하게 만들어야 하는 고객도 시간의 영향을 받습니다. 냉철한 판사의 결정도 의사결정 피로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고객은 어떨까요? 소비자는 하루에 수많은 광고와 콘텐츠들에 노출됩니다. 2025년을 기준으로, 소비자 1명당 매일 6,000개에서 10,000개 사이의 광고를 접하는 걸로 추산 됩니다. 이 중에 소비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광고는 100개가 채 안된다고 해요. 아마 소비자로서 우리 자신의 하루를 되새겨 봤을 때 100개도 많이 쳐준 숫자가 아닐까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케팅 메시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노출하느냐 못지 않게,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 어떻게" 노출하느냐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Circadian Rhythm,
라틴어에서 ‘대략’을 의미하는 circa와 ‘하루’를 뜻하는 dies의 합성어라고 하는데요. ‘약 하루 주기’라는 뜻을 말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을 가졌다고 해요. 수면과 각성의 주기, 체온, 호르몬 분비, 혈압 등의 신진대사 뿐만 아니라 정서까지, 생리-행동 현상이 서카디안 리듬의 영향을 받습니다.
서카디안 리듬은 인간의 소비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아침과 낮, 저녁 등 시간대에 따라 소비자의 심리적 상태와 자극 추구 및 반응 성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더라도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비 패턴은 어떠신가요?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지출의 빈도나 금액, 또는 유형이 달라지지는 않나요? 챕터를 읽으면서 독자 여러분의 소비 패턴도 떠올려 보시며 대입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