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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Dec 14. 2017

역발상 주식 투자

Beat the Crowd!




저자 켄 피셔는 워렌 버핏이 정신적 스승으로 꼽는 필립 피셔의 아들로, 아버지 못지않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 전략가다. 이른바 '역발상 투자'는 그의 투자 철학이자 스타일이다.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다르게 생각하라


낙관론과 비관론, 그들을 추종하는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라. 그들과 '반대로'가 아닌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서로에 반대되는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군중을 선동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타당하지 않거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1장 - 두뇌 훈련 지침 / 2장 - 종형 곡선이 들려주는 이야기)



2. 중요한 사실에만 집중하라


역발상 투자자는 30개월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즉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군중이 낙관론과 비관론, 정치적 프로파간다, 가치 논쟁에 휩쓸리고 있을 때 소외되고 있는 '진짜 중요한 사실'에 집중한다. 그런 사실은 방안의 코끼리와 같아,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잘만 활용하면 강력한 비교 우위를 지니게 해주며, 때로는 현실에 등장하는 순간 판을 뒤집어 놓을 만큼의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3장 - 흡혈귀와 종말론자들 / 4장 - 30개월 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사건 / 5장 - 방안의 코끼리를 바로 보는 법 / 6장 - 당신이 혐오할 챕터 / 7장 - 교과서는 치워라)



3. 역사와 고전에서 배워라


고전에서 많이 배워라. 최근 유행하는 투자 관련서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이므로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군중으로부터 잊힌 고전에서 대가들의 생각을 배워라.

(8장 - 이 책도 버려라!)



4. 제한된 합리성을 제대로 이해하라 (그리고 이용하라)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며 심리적 편향에 얽매인다. 그들의 생각이 모인 군중의 생각, 즉 시장 가격 또한 불완전하다. 행동재무학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자신의 그릇된 판단을 점검할 수 있으며, 군중의 심리적 편향이 놓치고 있는 기회를 찾을 때도 유용하다.

(9장 - 감정과 편견을 통제하라: 행동재무학)



배울 점이 많은 양서였다. 저자의 주장은 투자 기법보다는 학자의 잠언처럼 다가왔다. 위에 요약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니, 사실 너무도 당연해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기본'처럼 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드는 문제의식은, "이른바 자, 타칭 투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기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것이다.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또한 심리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들이 발붙이고 서 있는 현실 속 이해관계는 편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래서 승률 7할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우며, 만약 그렇다면 "살아있는 전설이 될 수 있다(본문 인용)"는 얘기일 것이다.


한편 저자는 본문에서 비관론의 대표주자로 해리 덴트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다. 마침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헤리 덴트의 2019 부의 대절벽을 읽었던 덕에, 특히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는 1999년 예측에서는 다우지수가 3만5천에 도달한다고 예측했고, 2012년 예측에서는 3천3백까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선정적인 주장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지는 몰라도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친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리 덴트는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몇 년째 종말을 부르짖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주장은 상당히 과격하고 문체도 매우 선정적이다('다시 말하자면 버블은 있다. 버블이 눈 앞에 보인다면 그건 버블이다'와 같은 식이다). 그에 비해 켄 피셔는 경지에 오른 고수처럼 태산처럼 버티고 앉아, 절제된 두 문장으로 해리 덴트의 레토릭을 간단하게 제압해버린다. 해리 덴트를 읽었을 때의 내 반응이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너무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보면 안 되겠다. 조심하자,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정도였다면, 이 책을 읽은 뒤에는 '해리 덴트 말대로 버블 대폭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당장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구나. 이런 사람 말에 너무 귀 기울이면 안 되겠다. 아직 내 공력이 너무 부족하구나. 더 공부해서 냉정하게 걸러 듣는 안목을 키워야겠다' 정도가 되겠다. 켄 피셔 승.


저자의 주장을 곱씹으며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마 한 번은 더 정독해야 할 것 같고, 이후로도 생각날 때마다 다시 책갈피를 들추게 될 것 같다. 이다음 투자 서적으로는 켄 피셔의 조언에 따라 고전을 읽을 요량이다. 아마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 Back to the Old School.


마무리하며, 저자의 주장을 되새김질하는 마음으로 다시 세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


"낙관론과 비관론, 프로파간다, 가치 논쟁에 휘둘리지 말고 현상을 합리적으로 분석하자.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군중이 주목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에 주목하자. 자신의 심리적 편향과 오류를 점검하는 침착함, 군중의 오류를 간파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대담함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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