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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Nov 30. 2017

2019 부의 대절벽

임박한 버블 붕괴에 대비하라



몇 년 전부터 헤리 덴트의 이름을 심심찮게 들어왔다. 그는 수 년째 경제 대폭락을 경고하고 있는 비관론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주장을 한번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을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찍어냈는데, 이를 양적완화라고 한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면 연준이 돈을 찍어내 미국 재무부 국채를 사들이면 재무부가 그 돈으로 민간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중앙은행이 민간의 악성 부채를 흡수해 대폭락을 막아냈다. 민간의 탐욕으로 발생한 대규모의 부채 폭발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막아낸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 돈을 '그냥 찍어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찍어낸 돈이 무려 8조 달러가 넘는다.



양적완화가 적절한 방법이었는지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해리 덴트와 같은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청산해야 할 부채, 터져야 할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임시방편으로 막아오면서 문제를 훨씬 더 크게 키웠다. 임시방편으로 때운 상처는 필연적으로 곪아서 훨씬 더 크게 터져 나올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가오는 대폭락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다음은 책 내용 요약.



1.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버블을 경험하고 있다. 붕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과거에도 큰 규모의 버블은 수차례 있어왔다. 규모가 아주 큰 것만 꼽아도 네덜란드 튤립 버블(17세기 중반), 영국 남해회사 버블과 프랑스 미시시피 버블(18세기 초반), 미국 철도 버블(19세기 중반), 세계 대공황(20세기 초반), 일본 부동산 버블(20세기 후반), 미국 부동산 버블(21세기 초반) 등이 있다. 버블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의 섭리와 같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난 10년간 중앙은행들이 해온 양적완화는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더 크게 악화시켰으며, 비유하자면 마약중독자에게 계속 마약을 주면서 연명시켜온 것과 같다. 지난 10년의 노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듯, 앞으로 중앙은행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이 버블의 붕괴를 막을 방법은 없다.



2. 저자는 주기를 이용해 버블 붕괴를 예측한다.


(아마도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주기(Cycle)를 연구하는 사람이며, 그의 미래 예측 또한 주기에 기반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주기는 다음의 네 가지이다. 이 주기들이 한 방향으로 하락의 신호를 알릴 때 경제 대폭락이 일어날 것이며, 그게 바로 지금이다.


1) 세대 지출 주기


사람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이비붐 세대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버블을 키웠다. 베이비붐 세대의 뒤를 잇는 밀레니엄 세대는 그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버블 붕괴가 발생한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2) 지정학 주기


약 18~9년을 주기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감소하기를 반복한다. 지금은 2001년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행된 시점은 2016년 7월이다. 방법론의 타당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 이 글을 쓰는 2017년 말 시점에서 지정학적 위기는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다)


3) 태양 흑점 주기


저자에 따르면 8~13년의 태양 흑점 주기는 경기 침체와 주가 폭락을 매우 신뢰롭게 예측한다. 1800년대 중반 이후 경기침체와 주가 폭락의 88퍼센트는 태양 흑점 주기가 하향 추세일 때 발생했다.

(아마 저자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은 이 태양 흑점 주기를 가장 많이 꼬집을 것이다)


4) 혁신 주기


45년 주기의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임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혁신 주기는 2010년 정점을 찍은 후 정체 중이다. 이 주기의 다음 상승 시점은 대략 2032년 경이다.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부터 2030년대까지는 파괴적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아마도 세상 물정 모르는 얼간이로 취급할 것이다)



3. 버블 붕괴를 대비하고, 그 이후에 찾아오는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에 배팅하라.


저자는 위의 네 주기 중에서도 세대 지출 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대 지출 주기에 따르면 다가올 버블 붕괴의 종착지는 디플레이션이다. 즉 상품, 부동산 등 모든 재화의 수요가 줄어들며 가치가 하락한다. 저자는 버블 붕괴 후 디플레이션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한 투자 순서를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1) 버블 붕괴 초기에는 미국 장기국채와 AAA급 회사채에 투자하라. 디플레이션에는 채권이 강하다.


2) 채권 다음 순서로 달러에 투자하라. 전 세계의 부채와 금융자산이 축소되면 달러화가 강세를 띤다.


3) 베이비붐 세대가 지출할 영역에 투자하라

(이건 좀 너무 뻔한 소리 같다)


4) 인도에 주목하라. 인도는 향후 45년간 인구가 증가할 전망인데 도시화율은 33%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참고로 중국의 경우 인구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으며 도시화율은 56%다)



다음은 내 생각


저자의 논리와 방법론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뒤로 젖혀 놓더라도,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간과 공공 영역의 부채는 계속해서 불어나, 2008년 당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 되어있다. 중앙은행들이 찍어낸 8조 달러는 금융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거품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다. 부가 순환되지 않고 기회의 평등은 점차 사라져 간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중앙은행들이 '그냥 찍어낸 돈'은 사실상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되어버렸다. 버블의 가장 큰 희생양은, 버블이 이미 잔뜩 차 있는 시장에 맨몸으로 진입하는 젊은 세대가 아니겠는가. 중앙은행들은 대폭락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 싸웠지만, 그들이 지켜낸 세상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 경제는 모순을 잔뜩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현실의 모순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어떠한 형태로건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 금융위기, 혁명, 전쟁, 그 어떠한 형태로건. 한국은 내가 사는 동안에만 심각한 수준의 금융위기를 두 차례 겪었다. 가까운 시일 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시는 그런 일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기는 것보다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긍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준비를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깨어 있어야 한다. 읽고 고민하고 준비하기를 항상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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