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소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환 Jun 17. 2019

호황 vs 불황

Farewell to Homo Economicus

저자 군터 뒤크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한 응용수학자다. 1981년부터 빌레펠트 대학 수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87년 독일 IBM으로 자리를 옮겨 CTO, 수석 엔지니어, 수석 개발자 등을 역임하며 기업 혁신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 책의 독일어 초판은 2008년에 발행되었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호모 이코노미쿠스


고전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관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인간은 비합리적이며 호황-불황 사이클의 각 시기에 맞는 국면적 본능(Phasic Instinct)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경제학 이론들 또한 호황이나 불황의 각 국면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명 틀에 불과하다. 호황기에는 복지와 평등을 옹호하는 이론이, 불황기에는 긴축과 시장 경쟁을 옹호하는 이론이 힘을 얻는다.



2. 돼지 사이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저자는 돼지 사이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비유를 통해 현실의 경제주체들이 호황과 불황기에 보이는 국면적 본능을 설명한다. 


돼지 사이클 - 돼지 수요가 늘어날 때 공급자인 돼지 농가가 '국부적'으로 영리하게 행동해 물량을 비축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이는 수요의 감소와 공급과잉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 포식자인 육식동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데, 이는 무절제한 포식으로 초식동물의 개체 수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다시 먹을 것이 부족해진 육식동물의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다. 사이클이 끝난 뒤에는 다시 초식 동물의 개체 수가 증가한다.



3. 국면적 본능


인간의 사고는 불황기와 호황기에 우세해지는 국면적 본능에 강하게 영향받는다. 각 시기의 국면적 본능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ㄱ. 불황기 


- 텔릭 :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를 추구

- 스트레스 : '단기적 기업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강요하고 쥐어짠다'

- 아드레날린 : 감각이 예민해지고 혈압이 상승. 단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심신의 자원을 불사름

- x이론 :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으르며 일하기 싫어한다. 그러므로 통제와 조종을 통해 행동을 세세하게 조종해줘야 한다.

- A유형(미국인) : 강한 야심, 공격적, 빠른 일 처리, 참을성 없음, 휴식을 취하지 않음, 과도하게 예민함, 긴장과 압박을 느낌, 격렬하게 말함

- (뇌) 베타파 : 긴장


ㄴ. 호황기


- 패러텔릭 : 스스로 정한 목표를 지향 

- 인간에 대한 신뢰 : 도요타의 카이젠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직원을 존중하고 내면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

- 노르아드레날린 : 육체의 에너지 수준을 적절하게 조율. 에너지의 보물창고.

- y이론 : 인간은 능동적이고,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삶의 높은 가치를 본다. 따라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을 통한 성과의 통제는 불필요하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느끼도록 작업과 목표를 조직해야 한다.

- B유형(유럽인) : 신분 상승에 목매지 않음,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함, 시간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음, 친구나 취미를 위해 시간을 할애함, 거의 초조해하지 않음, 지속적으로 일함, 여유 있는 대화와 움직임

- (뇌) 알파파 : 이완



4. 죄수의 딜레마, 레몬 시장


불황기에 각 경제 주체들이 '국부적으로 영리하게' 행동한 결과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레몬 시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심리적 기제는 '죄수의 딜레마'다. 큰 틀에서 보면 불황기의 모든 경제주체는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효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내몰리게 된다.


 

5. 절제와 중용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 전체가 집단적 죄수의 딜레마라는 덫에 걸려 수십 년마다 파괴적 경기 순환을 반복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절제와 중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인데, 저자의 주장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다음은 본문 마지막 페이지 발췌



... 우리는 어떻게 하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생각해야만 한다. 공동체는 투쟁을 억제하고 사치를 분명하게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윤리적으로 충분히 강력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것들이 무의미한 변동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세계 공동체로서 우선 인플레이션을 배격하고 다시는 그것이 불붙지 못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더 배워서 국가 부채, 윤리, 아드레날린 수치, 정치인의 공약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의 변동도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돈이 많거나 잘생겨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는 모두 현재의 불편한 처지가 진정으로 우리 자신에서 비롯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치의 정점에 내리막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해야 한다. 부침은 악이다! 우리는 에너지와 즐거움이 가득한 상태로, 평탄하게 그리고 모두 함께 걸어가야 한다.



위 단락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독일인 + 테크 업계 오피니언 리더 + NGO 활동가'와 같은 느낌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은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만, 인간 본성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책 한 권에 걸쳐 서술한 뒤 마지막에서 인간성에 대한 순수한 호소로 마감하는 것은 좀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인간 이성의 비합리성을 서술하고 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합목적적 화두를 꺼내면 수습이 어려워지는 걸 피하기 어려운 것 같다...



생각을 마무리하며


반복하는 경기 순환의 각 국면에서 인간의 비합리성이 빚어내는 국면적 본능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점에서는 제법 괜찮았던, 산만한 결론은 다소 아쉬웠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랙 스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