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시장과 복지 국가 사이에서
...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사회주의는 체제의 변화를 다룬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완전히 다른 생산 양식과 소유 체계에 기반을 둔 체제로 대체할 것을 요구한다.
반대로 사회민주주의는 타협의 산물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암묵적으로 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틀 안에서 사회민주주의는 이제까지 무시되어 왔던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사회주의의 그 어떤 외형도, 그 어떤 아류도 모두 실패했다. 반면 사회민주주의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권력을 잡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최초에 사회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은 사람들이 가졌던 소박한 꿈을 훨씬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19세기 중반에는 그저 이상에 불과해 보였던 것들이, 그리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많은 자유주의 국가들에서 일상의 정치가 되었다.
케인스는 눈에 띄게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1926년 경제학자들의 주요 과제는 "정부의 의제를 정부의 의제가 아닌 것과 끊임없이 구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칼 포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유 시장은 역설적이다. 만약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독점 기업, 트러스트, 노조와 같은 준정치적 조직들이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의 자유란 허무맹랑한 소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시장은 언제나 지나치게 강력한 참여자에 의해 왜곡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처럼 과도한 힘을 가진 시장 참여자의 실력 행사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