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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예 Feb 13. 2016

신은 그녀를 창조했다 - 브리짓 바르도 인터뷰

1950-1960년대 미국에 마릴린 먼로가 있었다면 프랑스에는 브리짓 바르도 Brigitte Bardot가 있었다. BB라는 이니셜 애칭으로 불리었던 그녀는 귀엽지만 뾰로통한 얼굴에 날렵한 캐츠 아이라인등의 이미지를 통해 프랑스의 전형적인 금발 뷰티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성공한 기업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엘르’등의 모델 일을 하다 로제 바딤 감독의 눈에 띄어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21년간 48편의 영화를 찍으며 대중의 시선과 관심 속에 살아가다 1973년, 39살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브리짓 바르도 재단’을 설립해 동물 애호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의 바르도를 보고 있노라면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그러나 악마는 브리짓 바르도를 창조했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에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도발적이라거나 뇌쇄적인 몸매라는 것은 바로 저런 육체를 말하는 것이구나!”라고 감탄하게 된다. 바르도는 암고양이와 흔히 비교되곤 했는데,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로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80세를 넘어선 브리짓 바르도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그녀가 손글씨로 답장을 보내왔다. 정말 고마웠다. 빽빽하게 채워진 편지가 나를 감동시켰다.      


젊었을 때의 사진에서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이 당시에는 제 자신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고 저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었어요. 끊임없이 영화에 출현했죠. 개인적으로도 파란만장한 시기였습니다.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고 있었을 때 돌연 은퇴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삶에 지치면서 저의 인생과 영화에서 늘 중요한 위치를 지닌 동물들의 상황 개선에 힘쓰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동물보호운동으로 유명하십니다. 어떻게 해서 동물보호운동에 나서게 되었고 이끌고 계신 동물보호협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험에 쉽게 뛰어들지 않죠. 모든 것이 은쟁반에 올려져 나오는 안락한 삶을 떠날 수는 없는 거에요.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 없지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저의 이미지가 언론에 의해 희화화되고 동물 보호단체들에게 무시를 당했죠. 주목 받기 위해 인기 배우의 변덕을 부린다는 말도 들었어요.

처음으로 나선 대규모 투쟁은 캐나다로 가서 어린 물개에 대한 학살을 전 세계적으로 비난한 일이었죠. 당시에는 아직 자체 협회가 없었어요.


특별히 애착을 갖는 동물이 있습니까?

모든 동물이 소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코끼리, 그리고 코뿔소처럼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이 특히 제게는 시급해요.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간과 동물을 비교할 수는 없죠. 인간은 세상을 지배하지만 모든 것을 파괴하죠. 동물은 그런 인간의 힘에 휘둘려 노예 같은 상태에 놓인 거고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는 야생 동물의 터전을 존중해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야생 동물은 멸종될 테니까요.    


동물에 대한 프랑스인의 애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지요?

아뇨, 동물을 진실로 사랑한다고 예로 들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어요. 아아! 안타까운 일이죠!


필모그래피가 화려합니다. 어떤 작품이 좋으셨나요?

당연히 <진실 La Vérité 1960>,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Et Dieu... créa la femme 1956>, <곰과 인형 L'Ours et la Poupée 1970>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요즘의 영화계 소식은 계속 보고 계신지요? 예전의 영화와 지금의 영화는 어떻게 다릅니까 ?  

아뇨, 안 보고 있습니다. 미국 빼고는 그 어느 곳도 영화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시대를 통털어 프랑스 최고의 섹스 심벌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별로 신경은 안 씁니다.


50-60년대에 태어난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배우이신데, 프랑스인들에게는 어떠한 이미지이신지요?

프랑스인들은 절 사랑하고 저도 그들을 사랑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삶 자체에 엄청난 사랑을 가지고 있지요.


몸매 유지를 위해 일상적으로 하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특별히 몸매에 신경 쓰지는 않아요. 살아가면서 그 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으니까요. 다만 45년 넘게 채식을 하다보니 자연적으로 몸에 균형이 생기면서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전 세계에서 미의 화신으로 통했고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떤 삶이 더 만족스러우신지 궁금합니다.

배우와 동물 보호 운동가라는 저의 두 가지 삶은 뗄래야 뗄 수 없죠. 제가 영화를 통해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제가 이끌고 있는 동물 보호 협회가 이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거에요.      


남편 베르나르 도르말씨도 프랑스에서 유명한 인물이시죠? 두 분의 일상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현재 행복하신지요?

남편은 저의 인생 동반자에요. 나를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하는 이 어렵고 고통스런 투쟁(동물보호를 위한 투쟁)에서 도움을 줍니다. 동물들이 학대받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없어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진정한 사랑이란 조건없는 사랑이죠.       


종교가 있으십니까?

전 가톨릭 신자이고 성모 마리아를 존경합니다.


고마워요 레아(Léa, 저자의 영어이름),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브리짓 바르도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과거의 아름다웠던 외모와 그 못지않았던 인기, 그리고 사랑을 모두 잃고 은둔에 들어간 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리 변함없이 따르는 동물들에 대해 무한한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 것일가?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치정극인 이 영화에서 브리짓 바르도가 이미 개, 고양이, 토끼, 새 등을 사랑으로 기르고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극적인 행동과 대담한 옷차림으로 남자들을 애태우는 고아 소녀 줄리엣이 가진 건 아름다운 육체 뿐, 깊은 고독 속에 동물들만이 그녀의 친구가 돼 줄 뿐이었기 때문이다. 줄리엣은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현실 속에서 바르도는 많은 남자를 만났으나 헤어짐을 거듭했고 그 상처 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물보호운동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영화 속의 줄리엣 같이...


우리나라를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고 혐오했던 바르도지만 왠지 그녀를 감싸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악한 마음은 아니니까. 더구나 그녀는 우리가 하지 못하는 몹쓸 인간에 의해 사라져가고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의 구제를 위하여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하나, 지금은 스크린 속에만 남았지만 한 때 세계를 흥분시킨 은막의 스타였기 때문에 더 감싸주고 싶다. 영화 속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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