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숍 '똥베 뒤 까미옹' 오너 인터뷰
영화 <아멜리에>의 주인공인 호기심 많고 순수한 아가씨 아멜리에 Amelie. 전 세계를 행복에 감염시킨 사랑스러운 그녀. 몽마르트의 예쁜 카페와 파리 뒷골목 레스토랑이 있는 길을 거닐다 그녀는 틀림없이 조셉 드 메스트르가(街) Rue Joseph de Maistre의 녹색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을 것이다. 소처럼 큰 눈을 깜빡이고 콧김으로 유리창을 흐리며 상점 안에 전시된 옛날 마네킹, 나무로 된 구두, 실험실에서 쓰던 빈티지 유리병을 보며 어렸을 적 웃음과 추억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어버리겠지. 이집트 왕의 고분을 발견한 사람도 지금의 그녀처럼 흥분됐을까? 상점 안에 들어서서 시적이고 유머 가득한 데커레이션을 바라보며 아마 우리들처럼 이 작은 박물관을 분석하느라 오래 서있었을 것이다.
아멜리에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을 파리에서 가장 독특하고 멋진 빈티지숍 ‘똥베 뒤 까미옹 Tombées du camion’의 오너 샤를르 마스 Charles Mas를 만났다. 금발머리에 파란 눈, 훤칠한 체격의 이 남자는 파리지엥의 향수를 자극하는 흥미로운 아이템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그 물건을 자기 가게와 벼룩시장을 통해서 팔아치우는 벼룩시장계의 터줏대감이다. 부티크 안에 진열되어있는 50년대 공장에서 만들어진 종이 조명등과 꽃, 어릴 적에 가지고 놀았을법한 인형, 알록달록한 70년대 빈티지 플라스틱 액세서리…. 그 물건 하나하나를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어린아이처럼 떠들어대는 그를 보고 있으니 아멜리에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나 궁금해졌다.
‘똥베 뒤 까미옹 Tombées du camion’이라는 장소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상점이죠. 가끔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하더라고요. 풉. 꼭 상품을 사는 곳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추억을 다시 데리고 가는 것이죠. 성냥갑이나 별거 아닌 병따개까지 잘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요. 저희 상점에 있는 오브제들 전부 한 시절을 보여주는 기록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놀고 무언가를 떠올리며 체험이 일어나고 그 체험으로 채워지는 곳이 ‘똥베 뒤 까미옹’이에요.
‘똥베 뒤 까미옹’이라는 이름을 설명해주세요.
‘똥베 뒤 까미옹’(직역하면 “트럭에서 떨어진”이란 뜻)이라는 표현은 프랑스에서 보통 훔친 물건을 과세를 회피하여 다시 파는 것을 일컬어요. 이것은 골동품 상인들에 대한 나쁜 평판이지만 저는 도발적으로 이 용어를 상호로 내세웠죠.
처음으로 구매한 오브제는?
플라이톡스 Fly Tox(살충제 분무기의 일종)이었어요. 재밌는 오브제는 아니죠. ‘땡땡의 모험 Les Aventures de Tintin’을 아시나요? 검은 섬(L'ile noire)시리즈에서 땡땡이 돛단배에 타 이 플라이톡스를 무기 삼아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똥베 뒤 까미옹’을 통해서 하고 싶은 건 물건 자체의 가치가 아닌 어떤 과거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오브제에요. 플라이톡스를 보면 그 물건이 보이는게 아니라 땡땡의 책이 떠오르는 거죠.
어떤 오브제들이 당신의 흥미를 끄나요?
스토리를 갖고 있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쓸모없는 오브제를 좋아해요.
쓸모없는 거요?
굉장히 중요해요. 예를 들어 플라이톡스를 보면 땡땡도 생각나고 옛날 남프랑스에 모기가 많아서 모두가 이 오브제를 갖고 다니던 여름 바캉스도 생각날 테고 창고에 플라이톡스를 보관하시던 할머니 생각도 나겠죠. 이렇게 각자의 상상력을 발동하게 하죠. 장난감처럼요. 쓸모 있는 물건 파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잖아요.
어디서 어떻게 오브제를 구하나요?
프랑스 전역을 발로 직접 뛰어 구하거나 인맥과 정보망을 통해서 이전 세대의 추억이 깃든 오브제를 구해요. 문 닫은 공장이나 그런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이 버려지다시피 쌓여 있는 창고를 발견하면 저에게 바로 연락을 해오죠. 새로 건물을 올리느라 철거대상이 된 오래된 농가나 시골마을의 창고도 그 대상이에요. 물건들은 주로 궤짝으로 거래하는데, 한 궤짝 안에 들어 있는 오브제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물건을 사는 저도 물건을 파는 사람도 모를 정도로 많은 양이 거래되죠. 지금도 수천만 개의 나무상자가 창고에 쌓여있어요.
벌써 세 번째 상점을 열었더라고요. 그 성공의 요인은?
저는 손님들에게 돈으로만 접근하지 않아요. 손님들이 꼭 무엇을 사지 않아도 제 상점에 들어오도록 신경을 많이 쓴답니다. 왜냐하면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저의 고객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어딘가 특별한 사람들이 많아요. 제 성공의 비결은 오브제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사람들에게 누리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희귀한 물건은 사용가치는 없지만 그걸 보면 희귀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그러니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 아닐까요?
당신의 성공요인은 상점의 특이한 데커레이션인 것 같아요.
테크닉을 설명해드릴게요. 원래 그 물건이 만들어진 목적대로만 보지 않고 고정관념을 떠나 자유롭게 배치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면도솔, 화병, 그리고 인형은 서로 연관성이 없지만 각자의 기능이 있는 것들이죠. 면도솔은 면도하기 위해 화병은 꽃을 꽂기 위해 인형은 놀이를 위해. 같이 두면 이 각개 물건의 의미가 없어지고 남는 건 3개의 재료뿐이죠. 이 3개의 조합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각자의 상상력과 영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죠.
하나 더 추가해서 설명하자면, 계란, 우유, 밀가루를 생각해보면 계란이 닭으로부터, 우유는 소로부터 밀가루는 밭으로부터였는지 잊게 되죠. 즉, 닭, 소, 밭은 잊어버리고 혼합된 이미지로 빵을 굽는 재료로 쓰여 부드럽고 맛 좋은 빵을 먹게 될 거라는 연상을 하게 되죠. 제가 연출을 할 때는 이 빵을 생각했어요.
제가 창조한 데코레이션의 세계 속에서 어떤 것들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져다주는 빵이 되기도 하고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마법 같은 오브제가 되기도 해요. 모든 것이 처음 만들어진 이유를 떠나서 제각기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도록 하는 것이 저의 특별한 프레젠테이션 비결이에요.
이 상점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예술이 하고 싶어 조각을 전공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몰랐어요. 근데 상인이 되니 오히려 예술적으로 된 것 같아요. 저의 부티크는 고객들이 조달하고 저의 예술적 취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갤러리와 흡사한 점이 있어요.
어렸을 적에 어떤 아이였나요?
장난감이 없어서 상상의 장난감으로 놀았어요. 나무로 권총 모형을 만드는 식이었죠. 늘 즐겁고 명랑한 아이였어요.
오브제말고 다른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저는 일 이야기를 떠나면 사실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에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콘셉트에 몰두해있어요. 마치 한 아티스트가 영감을 받아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죠.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다양한 오브제를 구매해야 해요. 제 모든 삶의 힘이 이 작업에서 나와요. 낭만이라든가 환상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죠. 하하
그렇다면 당신의 직업에서 흥미로운 것은 무엇일까요?
골동품 상인이란 직업은 특별한 오브제를 찾아 길을 나서 오늘날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죠. 저도 해당되긴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쪽에 더 가까워요. 어느 쪽이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르죠. 직원을 두고 있고 골동품 상인처럼 유일한 오브제가 아닌 새 상품을 다량으로 판매해요. 앞에서 언급했지만, 과거의 문 닫은 공장이나 창고 등에서 나온 오브제들을 획득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죠. 현재도 이 일은 계속되고 있어요. 상업적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거죠. 골동품 상인은 오브제로 돈을 버는데 주력한다면, 저의 경우에는 물건을 팔기 전에 오브제를 재해석해서 여러 콘셉트를 보여주며 즐기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어떤 꿈이 있나요?
제 모든 상상력을 표현해낼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일 년 뒤에 만난다면 60-80년대 액세서리만 있는 상점 그리고 금속활자만 있는 상점이 새로 오픈해 있을거에요. 옛날 오브제들에 대해서 저한테 어떤 아이디어가 생길 때 마다 상점을 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아멜리에에서 빛바랜 사진과 플라스틱 군인, 구슬이 가득 담긴 40년 된 녹슨 양철 상자를 아멜리에가 주인에게 몰래 돌려주었을 때, 난 보았다. 눈물이 가득 고인 중년 남자의 얼굴에서 지나온 유년의 기억이 물밑 듯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것을.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이란 되돌아가고 싶은 행복의 순간이다. 지금의 자신과 너무나 다른 순수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으로 인도하는 것은 바로 그 시절의 낡고 보잘 것 없는 물건이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샤를르 마스에게서 추억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아름다운 과거를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오래된 오브제를 통해 우린 과거 속에 도사린 행복의 정체와 만난다. 그의 수집품들을 통해 우리는 그저 과거를 지우고 미래로만 달려가는 우리의 삭막한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낡고 보잘 것 없는 물건에서 남들이 찾지 못하는 아름다운 빛을 발견하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그의 순수함에 박수를 치고 싶다. 그래서 그의 특별한 열정과 헌신이 담겨 있는 그의 컬렉션은 감동이 있는 ‘걸작’ 그 자체이다.
사랑이 느껴지는 엽서를 골라 계산대에 가니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 간단한 포장도 꼼꼼하게 봉투 위에 상점의 명함까지 스테플러로 콕 찍어준다. 그런 마음이 고마워 차마 포장지도 버리지 못하고 소중히 모아두었다!
*Tombées du Camion
17 Rue Joseph de Maistre, 75018 Paris
Tel +33 09 81 21 62 80
Photographed by Chloé Young 채영 (instagram: almostharm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