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털어놓고 시작하자. 나 조차도 내가 이렇게까지 계속 사진을 찍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캐나다에 가서 1년 바짝 찍고, 돌아와서 조금 더 가지고 놀다가 다 팔아버릴 줄 알았다. 그러나 글을 쓰는 현재까지도 카메라는 내 옆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나는 몇 시간 뒤에 바디 양쪽에 연결된 해진 스트랩을 목에 휘감고 밖으로 나설 것이다.
체류 기간에 관계없이 외국에 나갔다 들어올 때쯤이면 항상 사진적으로 걱정이 밀려들어왔다. '외국인' 신분으로 바라보는 모든 장면들은 단 하나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면 모든 게 반대로 작용하니까 말이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가장 큰 원흉이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지 않나.
캘거리에서 돌아온 직후 몇 달간의 기억은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시리게 닿는다. 사람들의 사랑이 가득 묻은 기록들을 뒤로하고 다시 혼자가 되어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공허함과 더불어 편안한데 어딘가 계속 삐걱거리는 기분에 정체기가 찾아왔고, "이젠 정말 끝났다."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하고야 말았다. 결국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가장 익숙했던 집 근처의 장소. 그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하면 다 그만두기로 하고 장비들을 챙겨 차에 올라탔다. 속으로 울면서 핸들을 잡고 달린 6km의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날 정확히 3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 하나는 지금까지도 만족하는 사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많은 것들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과장 조금 보태서 사람 한 명 살린 수준이다. 덕분에 이때 이후로 나는 그 어떤 걸림돌 하나 없이(물론 고민과 노력은 끊임없이 함께했지만) 다시 날개를 달고 기록에 매진했고, 그 해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내 인생의 또 다른 하나의 장으로써 아카이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5년 여름. 나는 다시 이 장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트를 끊었다. 일본에서 돌아오기 몇 주 전부터 구상했던 명확한 계획. 간토 지방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맥시멀리즘을 표방했으니, 다시 나의 '근본'으로 돌아가 최대한 미니멀한 느낌에 내가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를 섞어내기로 한다. 집중력과 템포, 시각을 바꾸기 위해 디지털카메라와는 잠시 이별을 고한다. 이 기회에 필름카메라와 완전히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간은 내년에 새로운 여정을 떠나기 전까지. 이따금씩 잠깐의 외도는 있겠지만 최대한 꾸준하게 이 주변을 기록할 것이다.
촬영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여유가 될 때마다 향한다. 그날의 감정 또한 별개의 구간이다. 특정한 시간을 따지지도 않는다. 일단은 무작정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것'에 매번 두려움을 떨면서도 극한의 흥분 또한 느낄 수도 있는 것이 나라는 존재기에, 더 나아가 그것이 연속되면 곧 인생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기에 계속해서 발걸음을 해낸다. 그러나 무언가 왔다 싶을 때는 확실하게 한다. '소름 돋게 날카롭지만 시각적으로 납득이 가는' 이미지를 위해.
목표가 확고하니 거침이 없다. 이 때문에 내 생각보다 필름에 입혀지는 기록의 속도가 빨라서 지갑이 눈물을 흘리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컬러보다는 저렴한 흑백필름이니 기분 좋게 밟고 간다. 최근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American Topography 작품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휩쓸리지 않고 '나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겠지.
현상된 첫 롤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을 거의 100% 에 가깝게 구현해 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장소에 '지루함'과 '익숙함'이라는 장작들이 쌓일수록 이런 만족감은 하향곡선을 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록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고착화'가 될지, '확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둘러보는 이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나를 시작점으로 돌아온 것처럼 만들어준다. 진심으로. 2021년 본격적으로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던 초겨울,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 온 캐논 카메라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댔던 첫 번째 장소. 이제는 불가능한, 그 어떠한 잡념 없이 순수하게 즐겼던 촬영과 돌이킬 수 없이 바뀌어버린 수많은 장면들. 하지만 마냥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나의 시선과 생각도 좋은 의미로 계속 바뀌어 가고 있으니.
이 장소 근처에 살고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평범함 속에서 나만의 것을 발견하고자 했던 아이디어를 높게 사야 할까?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중요한 건 내 생각보다 훨씬 멀리 왔다는 것이고, 잘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이제는 조금씩 든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각박한 평일의 일터에서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쉴 여유까지 제공하니 안 좋게 생각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미래에는 과거처럼 자주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직감해 일종의 '대비' 차원으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나를 찾는 과정 중의 하나이고,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언제, 어디서든 '?'와 함께 호기심이 힘이 되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삶이 계속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