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Nov 21. 2021

'겸손'의 2가지 가치

도전과 존중의 관점에서 겸손을 재해석하기

 내가 굉장히 좋아하고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가치 중 하나가 '겸손'이다. 사람마다 성장하고자 하는 모습,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나의 개인적인 지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겸손'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2가지 가치에 대하여 짧게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1. 도전

 겸손의 첫 번째 가치는 '도전'이다. 사실 '겸손'과 '도전'이라고 하면 굉장히 이질적인 단어라는 생각을 하실 텐데, 나는 이 두 단어가 의외로 잘 연결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에서 도전이 시작된다. 내가 부족하다, 완벽하지 않다,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도전의 출발점이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여러분의 인생에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성장'이나 '노력'으로 바꾸어서 이해해도 의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도전이 시작된다

 겸손의 반대말은 오만, 자만이다. 오만하고 자만한 사람들은 본인의 수준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만족해버리고 도전하지 않는다. 이미 더 올라갈 곳이 없다고 스스로 만족해버리는 것이다. 정말로 스스로가 올라갈 곳이 더 없는 사람인가? 혹시 당신이 그러한 사람이라면 이 글 따윈 읽을 필요조차 없다. 99.99%의 우리들에게는 항상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거기에 도전해야지 성장할 수 있다. 오만한 사람은 그 기회를 놓친다. 하지만 겸손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있고, 본인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이 있다는 것 또한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한번 떠올려보자. 주변 사람들보다 책을 훨씬 더 많이 읽고 있는 사람일 텐데, 누군가의 책 추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사람 역시 그 사람일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계속 읽을 필요를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책 추천에 가장 적극적으로 메모해놓고 또 읽곤 한다. 반면 1~2권의 책을 읽고 나서 그 분야는 다 알았다고 아는 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고, 그 분야에서 더 이상 성장과 발전이 없을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대로 '겸손'을 해석하자면 겸손을 '도전'과 연결하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실력과 자격을 가졌음에도 굳이 스스로를 낮추는 소극적인 태도로 겸손을 해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겸손은 소극적인 겸손이 아니다. '자신감'과 결합된 새로운 의미의 겸손이라는 단어이다. 겸손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그 높은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의미의, 내가 좋아하는 '겸손'의 태도이다. (자신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시 또 다루도록 하자)


2. 존중

 앞 단락에서 겸손이 도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였지만, 도전의 원동력이 겸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전의 원동력은 목표에 대한 집념이기도 하고, 욕심과 열망이기도 하고, 오기 혹은 열등감이기도 하다. 무엇에 기인하든지 간에 높은 목표에 과감하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태도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도전이 나의 노력이 이어 지고, 노력은 결국 성장, 성취로 이어진다. 

 여러 가지 도전의 원동력 중에서 내가 '겸손'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겸손의 두 번째 가치 '존중'때문이다.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다양한 만큼, 도전하는 자세와 온도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서 나는 '존중'의 자세를 잃지 않고 도전을 하고 싶다.  

목표에 대한 도전을 어떠한 자세로 할 것인가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존중'이다.

 존중의 대상과 형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얕보지 않고 스스로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자세, 다시 말해 목표에 대한 존중도 있다. 우리가 뛰고 있는 인생의 게임은 나 혼자만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경쟁자 혹은 동료에 대한 존중도 존재한다. 도전의 과정에 있는 수많은 실패 조각들에 대해서도 마냥 묻은 채로 전진할 것이 아니라, 실패 경험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성장을 위한 교훈을 찾아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렇듯 내가 찾고자 하는 도전의 색채에는 존중의 태도가 묻어 있었으면 하고, 그러한 색깔을 잘 담아내는 단어가 겸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2020 도쿄올림픽에서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 (재미와 감동이 모두 담긴 영상이니 한번 시청하시기를 권한다)가 생각났다. 처음 그 인터뷰를 보았을 때는, 도전 자체를 즐기는 그의 자신감 있는 태도나 앞으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도발을 보면서 그저 패기 넘치는 Z세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상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 겉으로 드러난 유쾌함, 패기, 치기 안에 엄청난 노력과 성숙한 태도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스스로의 기록과 수준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지를 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판단하였고 결국 성공하였다. 더 높은 수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도전의 출발점이고 그것이 겸손이라고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하다. 또한 본인보다 객관적으로 더 우세한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전하였다. 전통적 의미로 스스로는 낮추는 겸양과 상대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도전하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는데, 오만과 객기에 의한 포부가 아니라 겸손함을 바탕으로 하는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패기 넘치는고 마냥 귀여운 동생 같은 모습에 웃음을 지으면서 인터뷰를 보기 시작했는데, 다 보고 난 이후에는 '와! 저 선수 정말 멋있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자각하면서도 내 눈높이를 높게 맞추는 도전하는 자세, 도전에 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존중의 태도. 이것이 잘 결합된 단어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도전하되 오만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되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태도가 나에게도 갖추어지기를 희망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