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Dec 10. 2023

역량 수준에 맞추어 위임해야 한다

역량 수준, Comfort zone과 위임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실무자로서 원래 하고 있던 업무를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리더로서 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면서 엄청난 과부하가 옵니다. 해도 해도 일이 줄지를 않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항상 들곤 합니다. 이럴 때 리더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위임


'아! 그렇구나! 구성원들에게 '위임'을 해야 하는구나! 구성원들은 위임을 받아서 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역량이 성장하고, 나는 좀 더 시간 여유가 생길 수 있겠구나!'

위임을 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눈 녹듯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위임을 해보아도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저 역시 그러했고, 대부분의 (아니 모든) 리더들이 실패하곤 합니다. 구성원에게 맡긴 업무의 아웃풋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고, 구성원들은 동기부여를 받기보다는 좌절해 버리곤 합니다. 혹은 위임을 하기에 너무 짜치는 업무여서 누구에게도 주기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위임을 하느냐 마느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잘 위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리더십 책이나 코칭에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아직까지 확실하게 답을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잘 위임하는 팁을 하나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역량 수준에 맞추어 위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량 수준에 맞추어 위임해야 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한번 그려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은 한눈에 이해를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임을 받는 구성원의 역량의 크기와 부여되는 업무(TASK)의 난이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둘 사이의 관계에 따라 어떤 위임은 좌절과 실패를, 또 어떤 위임은 성장을, 또 어떤 위임은 무료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역량의 크기 vs 업무 난이도에 따른 위임


좌절을 부르는 위임 : 구성원 역량 수준의 130%를 넘는 업무 수준

구성원 역량의 130%를 상회하는 일이 주어진다면 구성원들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도전해 봐야지”라면서 동기부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못하는데 왜 이런 어려운 일을 나한테 시키지’라고 하는 무기력함과 좌절감만 가져다줍니다.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뿐 것 아니라, 역량을 지나치게 넘어서는 업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의 결과물 역시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구성원이 신입이나 주니어이거나 새롭게 회사에 조인하였다면 이러한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반대로 업무의 수준이 높아서 전문 지식과 의사결정 권한 등을 많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업무일 경우에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은 구성원에게 마냥 맡겨서는 안 됩니다. '위임'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하에서 구성원들에게 좌절과 실패를 가져다줄 뿐입니다. 이러한 업무는 리더 혹은 경험과 역량을 갖춘 다른 사람이 메인 담당자가 되어 끌고 가야 합니다. 리더가 전체를 끌고 가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더 작은 단위의 일을 구성원에게 맡겨야 합니다.



성장을 부르는 위임 : 구성원 역량 수준의 100~130%에 해당하는 업무 수준

구성원 역량의 100% 수준을 넘어서는 업무이기에 마냥 쉽진 않진 않지만, 앞서 말한 케이스처럼 불가능하게 좌절을 느끼지는 않는 업무가 주어집니다. 구성원은 이 업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시간을 쏟아 공부를 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등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배워나가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성장”이 일어납니다. Comfort Zone을 넓히는 것이 이런 의미입니다.

리더는 이러한 일거리들을 적절하게 구성원들에게 가져다주어서,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성장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일감들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리더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구성원 역량의 100~130%에 해당하는 업무니까요. 자칫 동기부여가 되지 않거나, 실패를 하는 등 위에서 설명한 '좌절을 부르는 위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좀 더 세심하게 가이드를 주는 위임방식이 필요합니다 실제 실행은 구성원이 하더라도, 리더는 B.O.D.I (Background / Output / Deadline / Information)를 충분히 제시해줘야 합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부르되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친절한 위임'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편안함을 부르는 위임 : 구성원 역량 수준의 70~100%에 해당하는 업무 수준

구성원들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일을 하는 구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직장일들에게 하루의 절반 이상은 이러한 일이 주어집니다. 이 정도 수준의 업무가 맡겨진다면 구성원들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편안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Comfort Zone에 있는 일입니다. 하루 8시간을 가득 일을 하였지만 평탄한 마음으로 퇴근하고 퇴근 후에도 크게 힘이 덜 드는 하루가 있습니다. 바로 Comfort zone 안에 있는 업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이러한 구간을 벗어나는 일이 주어지게 되고, 다른 사례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좌절/무료함 등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성장의 사례에서도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업무들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만 반복적으로 주어질 경우에는 결국 성장하지 못하고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편안한 영역의 일과 성장을 부르는 영역의 업무가 조화롭게 맡겨진다면 적절한 긴장감과 편안함이 순환하는 좋은 회사 생활이 됩니다. (물론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 루틴한 일을 쉽게 질리지 않는 사람, 성장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편안함을 느끼는 이 영역의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크게 불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료함을 부르는 위임 : 구성원 역량 수준의 70%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 수준

소위 말해서 “짜치는 일”을 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성원은 근무의욕이 딱히 생기지 않습니다. ‘내가 고작 이 일을 하러 여기 왔나’라는 현타가 오면서 퇴사 욕구가 강해집니다.

구성원 역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일을 주고 있는 것이기에, 조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인 상황입니다. 구성원 역량에 따라서 연봉을 측정한다고 했을 때, 더 높은 연봉을 주면서 더 낮은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1. 적절한 위임 /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 불가능한 요구, 이 세 가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동일한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할당하더라도 역량과 업무 난이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어떤 것은 지나친 간섭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이고, 어떤 것은 불가능한 업무를 맡겨놓고 도와주지 않는 '방임'이고, 또 어떤 것은 적절한 위임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반드시 안 좋은 것도 아니다. 구성원 역량에 비해서 업무 난이도가 높은 경우, 리더가 업무의 주도권을 가져가야 하고 해당 업무의 쉬운 부분에 대해서만 상세한 지시와 가이드를 주면서 맡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러한 매니지먼트 방법은 오히려 적절한 방법입니다. 마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구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위임의 개념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를 못 했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무조건 일을 맡기고 위임해야 한다'는 명제도 미숙한 명제입니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업무를 주고 챌린지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결국 좌절감과 실패도 귀결될 뿐입니다. 구성원의 역량과 업무의 수준에 따라 섬세하게 위임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같은 사람일지라도 변화하고, 같은 일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역량이 성장했는데, 여전히 동일한 업무를 계속 할당하고 있다면, 과거에는 성장을 자극하던 업무들이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지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업무들이 이제는 무료한 업무가 됩니다. 조직의 성장 속도보다 개인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경우에 흔히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성장이 정체된 조직 (주로 대기업, 공무원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인데, 특히나 승진/신규인력채용/조직이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현재 그 사람의 역량에 적절하게 업무를 매칭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 같은 사람일지라도 미스매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반대의 시선에서 본다면, 동일한 수준의 업무여도 누구에게 맡기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좌절감을 주는 수준의 업무가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수준의 업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점을 명심하고 개인의 역량을 잘 파악하고 일을 할당해야 한다  


역량 성장에 따른 변화


3. 상대방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성장을 부르는 위임 - 편안함을 부르는 위임을 적절히 조합하여 업무를 맡기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역량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업무 수준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그나마 쉬운 편입니다. 리더라면 이미 해당 업무에 대하여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고, 업무라는 제3의 객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죠.

하지만 상대방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구성원들은 본인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리더에게, 본인의 역량을 정확하게 말하기를 꺼려한다. 솔직하게 못 하겠다, 너무 어렵다, 너무 쉽다고 말하는 것이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구성원 본인도 사실 본인의 역량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많고, 리더 또한 구성원 입장에서 판단하지 못하고 '쟤는 이걸 왜 못 하지', '내가 저 정도 연차 때는 말이야...'라고 본인 기준에 따라서 판단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4. 목표 설정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 가능하다

위에서 설명한 위임의 원칙은 OKR, KPI 등과 같은 목표 설정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목표에 대한 달성 의지를 떨어뜨립니다.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해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너무 쉬운 목표를 설정할 경우, 아무도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게 됩니다. 구성원의 성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전체로 보았을 때는 자원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죠.

현상 유지하는 것과 달성이 불가능한 것 사이의 적절한 목표가 주어졌을 때 (앞서 말한 것처럼 역량의 100~130% 사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해지고 그 과정에서 성장과 성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아직 너무나 부족한 리더이지만,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더가 되냐, 마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리더가 될 것인지입니다. 위임을 하냐, 마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적절하게 위임을 할 것인지입니다. Yes - No로 나누어서 사고를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경계하고,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은 리더가 항상 추구해야 하는 자세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팀 규모와 리더십의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