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Feb 18. 2024

달성 가능성을 높여주는 목표 설정법

목표 설정만 잘해도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일들 중 하나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을 수치로 측정하는 일입니다. 제가 '전략' 직무를 많이 경험해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 직무와 상관없이 OKR이니 MBO, KPI 등과 같은 일은 회사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무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Project One이라는 자기 계발 모임을 7년 동안 이끌면서, 자신을 포함한 61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코칭을 해왔습니다. 몇 년에 걸쳐 수 십 명의 구성원들이 매 시즌의 목표를 수립하고 때로는 달성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과정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집중적인 경험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목표 달성에 언제나 성공하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들을 반추하다 보니 목표 달성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목표 설정법의 정석 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고 어떻게 도달할지 꼼꼼하게 계획하는 과정이 있어야지, 실제 목적지에 잘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방법론일지도 모르겠으나 매번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하고 공유드려보고자 합니다. 




1. 목표의 개수 : 너무 다양한 목표보다는 1~2개의 목표에 집중하자

목표를 세우는 과정은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과정보다 언제나 즐겁습니다. 목표를 세우는 데에는 상상력과 포부, 10분의 시간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과정은 대부분 고통스럽죠. 다른 즐거운 흥밋거리로 분산되는 나 자신을 억제해야 하고, 쉬고 싶은 나 자신과 싸워야 하고, 목표를 잘 붙잡고 내 노력들을 쌓아 올려야 비로소 달성이 되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목표를 세우는 과정은 빠르고 편리한 과정이기에 언제나 욕심이 들어갑니다. '저것도 중요하지 않나?', '저것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는 해야지 남 보기에 떳떳한 목표지.' 하는 생각들이 바로 욕심입니다. 바로 이 욕심 때문에 목표의 개수가 늘어나게 되고, 나의 소중한 에너지는 이곳저곳으로 분산됩니다. 결국 처음 세운 한 가지 목표조차도 달성하지 못하게 되죠.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전 회사인 '원티드'에서의 콘텐츠 신사업을 처음 추진하던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음 우리 팀에서 수립한 하나의 북극성 지표는 "콘텐츠 판매를 통한 매출"이었습니다. 이 북극성 지표를 바라보고 달리다 보니 다른 중요한 지표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판매 중인 콘텐츠의 개수", "무료 콘텐츠의 조회수", "준비 중인 콘텐츠 수", "자체 콘텐츠인지 제휴 콘텐츠인지", "콘텐츠의 주제, 성격, 길이 분류" 등 새로운 지표들이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Growth Tracker 시트는 매주 수십 개의 지표가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표를 업데이트하느라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 시작했고, 정작 현재 어떤 지표가 빨간 불이 들어왔는지나 지표를 올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점점 시간을 적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원티드의 메인 사업인 채용사업을 어떻게 키워왔었는지에 대한 핵심 성공 비결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당시 원티드 채용사업은 "합격자 수"라는 하나의 북극성 지표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유저수, 지원수, 공고수, 이력서수, 합격률, MAU 등도 중요한 지표였고 필요한 지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지표들을 논하는 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합격자 수"라는 하나의 북극성 지표를 논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하나의 지표를 바라보니 팀워크도 좋아지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죠. 이렇듯 지나치게 많은 지표 (목표치)들이 있는 것은 현재를 상세하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눈을 흐리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1~2개의 핵심 지표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 조직이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OKR이나 KPI 등의 기법들에서 그렇게 하는데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Project One 새 시즌을 시작하면 처음 조인하시는 분들에게도 제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Project One 구성원들은 매 시즌별로 본인의 이번 시즌 목표를 설정합니다. 처음 조인하신 분들은 열의에 차서 목표를 3개씩, 4개씩 설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3개월 후 시즌이 끝나고 회고를 해보면 1개 정도의 목표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3~4개 동시에 진행하기는 더더욱 어렵죠. 데이터 SQL 공부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매주 1권씩 책을 읽기로 하고 시작한 시즌은, SQL 강의 중 챕터 2개와 끊어놓고 가지 못한 헬스장 이용권, 사놓고 보지 않은 책들로 끝나버리곤 합니다.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목표의 개수를 반드시 제한해야 합니다.




2. 목표의 수준 : 지금 내 수준이 100이라면 목표는 130 정도가 적절하다

다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목표의 수준에 대한 것입니다. 적절한 목표 수준을 설정하는 것은 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높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목표의 수준은 오히려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문샷(Moonshot), 10x 등과 같이 매우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목표 달성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kg 역기를 드는 것이 고작인 사람에게 100kg이나 200kg 역기를 드는 목표를 상기시키는 것은 오히려 좌절감만 키웁니다. 그런 목표를 보아도 가슴이 뛰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안 될 것 같은데'라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들게 되죠. 문샷이나 10x와 같은 목표 설정 방법은 혁신을 위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의 한계를 열기 위한 방법론입니다.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과는 다릅니다. 10배를 목표로 상상하고 포부를 키우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서 당장은 1.3배, 1.5배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1.3배, 1.5배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런 성공의 경험들이 쌓이면 언젠가 10배의 목표도 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입시에서 재수를 하는 조카를 1년 동안 코칭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수학 문제집 1개 챕터, 물리 20개 문제  이런 식으로 매일의 목표를 세웠는데 항상 달성이 되지 않더군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애초에 달성 가능한 목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겉멋에 취해서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있었던 것이죠. 고등학교 3년 동안 하루의 공부 목표를 뿌듯하게 완료해 본 날이 며칠이나 되냐고 물어보았는데, 조카의 답은 하루였습니다. 3년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번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죠. 그러니 더 이상 목표는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차피 달성할 수 없으니 노력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성공의 습관을 키워야 하는 시간에 실패의 습관만 키우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무조건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기존 대비 목표의 수준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일주일에 5~6일 정도는 목표량을 채우더군요. 스스로 뿌듯하고 칭찬받는 경험이 쌓으니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목표 수준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재수생활 1년이 끝나고 평균 등급을 2개 정도는 올려서 처음 목표로 했던 대학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점수의 대학 진학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너무 쉬운 목표를 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굳이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일부러 노력을 하는 것은 평소에 달성하기 어려운 것을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달성이 되는 수준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구태여 목표 설정이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연속된 목표 성공의 경험에 우쭐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실상 이루어낸 것은 없을 수도 있죠.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제가 생각하는 적절한 수준은 130%입니다. 꽤나 어렵게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해 버릴 정도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130%를 목표로 달리다가 조금 아쉽게 달성하지 못해도 기존 대비 110%, 120% 정도에는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가 70점을 맞고 있다면 목표는 100점이 아니라 80점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10등이라면 목표는 1등이 아니라 7등 정도가 적절합니다. 노력을 통해 달성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끝까지 달성해 내는 연습을 하는 것, 이러한 연습을 반복하여 성공과 성장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목표의 구체성 : 상세한 지도를 가지고 출발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제가 7년간 하고 있는 자기 계발 모임 Project One (혹시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신청해 주세요)에 대해서 위에서도 말씀드렸는데요. Project One의 모든 멤버들은 매 시즌 시작할 때 이번 시즌의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요. 

제가 세웠던 Project One 시즌 목표 중 하나


'첫 주에 세운 목표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에게 매 시즌 반복되었습니다. '매주 책을 읽어야지'라는 목표보다는, '매주 리더십에 대한 책을 읽어야지'라는 목표가 더 좋았습니다. '매주 리더십에 대한 책을 읽어야지'라는 목표보다는 '첫 주에는 A책을 읽고, 둘째 주에는 B책을 읽어야지'가 더 좋았습니다. 구체화되지 않고 그냥 책을 읽어야지라는 목표만 세웠을 경우에는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느라 일주일 중 4~5일을 보내게 되고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2~3일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위 이미지에 있는 제 예시사례는 글쓰기 목표인데,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느라 항상 시간을 다 써버리곤 합니다.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부터 주제와 개요까지 정해놓았다면, 바로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면 되는 것이죠. 지금의 제 글 또한 마찬가지 방식으로 몇 주 전에 정해놓은 주제를 일단 무턱대고 써대고 있습니다. 고민의 시간을 줄일수록 목표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목표에 매진할수록 성공 확률은 올라갑니다.


간혹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막상 하다 보면 계획이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어차피 바뀔 것인데 왜 굳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냐'라고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설령 목표가 중간에 바뀌게 되더라도 바뀌기 이전까지 훨씬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고, 목표를 바꾸는 과정도 훨씬 깔끔하고 수월하게 됩니다. MBTI의 J성향, P성향 가릴 것 없이 목표 달성의 확률만 놓고 본다면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사실 이 문서에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제가 Project One 온보딩 시간에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들입니다. 또한 사업 목표 수립을 고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제가 수도 없이 반복하는 말입니다. 하도 많이 반복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좀 더 정제된 글의 형태로 나오면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한 수준의 글은 아닌 것 같지만, 목표 설정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 혹은 매번 목표 달성에 실패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나마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성장'에는 보편적인 원리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