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보지 않은 직무의 팀원을 리딩하기

목적 조직 팀장의 어려움

by 백승엽

리더 역할을 하다 보면 제가 잘 모르는 직무를 담당하는 팀원을 리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채용하고, 평가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을 도와야 하죠. 많은 리더들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본인이 경험을 해본 직무라면 (예를 들어, 내가 영업 출신인데 영업팀의 팀장이 됨) 팀의 방향성에 대해서 가이드를 하고,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 그나마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팀을 이끌거나 피드백을 주는데 항상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도리어 나의 미숙함을 팀원에게 들키진 않을까, 팀원이 날 무시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팀이 기능 조직으로 구성이 되어 같은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 해당 직능을 수행한다면 이런 경우는 잘 없지만, 목적 조직으로 구성되어서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경우라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직무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에서 일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더라도 특정 영역은 본인도 경험이 있지만, 특정 영역은 낯설고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목적 조직의 리더를 여러 차례 경험하였고, 특히나 갑자기 특정 팀에 문제가 발생하여 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갑작스럽게 소방수로 투입이 되어본 경험이 많아서 더욱 이러한 현상을 많이 겪었습니다.



#1. 나는 사업담당자인데 영상 PD의 성장을 어떻게 돕지?

제가 처음으로 전혀 다른 직무의 팀원을 이끌게 된 것은 원티드에서 사업개발팀을 이끌던 때였습니다. 당시 우리 팀은 커리어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판매하는 신사업을 진행 중이었고, 어떻게든 배워서 직접 촬영/편집을 하고 외주를 활용하다가 첫 번째 영상 PD 분께서 팀에 합류를 하게 되셨습니다.

처음 그 분과 1on1 면담을 잡았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싶더군요. 기존의 팀원들은 경험의 양과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럼에도 제가 조금씩은 직접 경험을 해보았고 간접적으로도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PD는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영상 촬영과 편집을 해본 것은 아마추어로서 어떨 수 없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전문 직업인으로서 하시는 분은 사실 처음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첫 번째 1on1 면담에서 고민 끝에 제가 한 질문은 "영상 PD는 어떻게 성장하는 것이냐?"였고 그 주제로 첫 번째 1on1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5~6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분과 저는 각자 다른 회사에 있지만 간혹 연락을 하고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차라리 '나는 잘 모르니 당신이 좀 알려달라'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한 것이 꽤나 좋은 시작이었습니다. 그분 또한 제가 전혀 다른 직무를 하는 리더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제가 어쭙잖게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가르치려고 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제가 직무적으로 가이드나 피드백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대치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제가 솔직하게 무지를 고백한 것이 그에게는 좋은 시그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 사람은 솔직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전혀 모르면서도 내 성장을 고민해해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는구나.'

실제로 제가 그분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회사 생활, 동료와의 관계, 리더십, 태도 측면에서는 많은 조언을 주었으나 직무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피드백을 줄 수 없었고 그분의 직무적인 성장을 만들진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말이 그분의 마음을 열었다는 것은 확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직무의 구성원을 이끄시느라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솔직하게 말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그 직무를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성장하는 것이고, AAA님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2. 나는 사업담당자인데 프러덕트 기획자와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피드백을 하지?

지금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지만,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을 처음으로 리딩했을 때에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획자들, 디자이너들이 열심히 프로젝트 기획서를 쓰고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어서 피드백을 달라고 하는데... 저는 잘 몰랐거든요. 당시 시점 기준으로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백엔드과 프런트엔드의 개념보다 몰랐으니까요. 그럼에도 몇 번을 하다 보니 조금씩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피드백 과정에서 제가 가장 많이 했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기능은 (이 페이지는) 무엇을 목표로 하나요? 어떤 지표를 어떻게 만들기 위해 설계한 것일까요?"

생각보다 이 질문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모든 분들이 당연히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과 의견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그 목표들이 흐릿해지거나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 질문은 프로젝트 전체의 기획과 방향성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물론 저 질문만으로 끝나진 않고 그 이후에 이런저런 세부적인 리더로서의 피드백들, 잠재 유저로서의 의견들을 덧붙였지만, 저 질문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선 영상 PD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기획자나 디자이너 또한 제가 본인들보다 기획이나 디자인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고 당연히 그런 류의 피드백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제가 그 영역으로 들어가서 피드백을 주고 의견 교환을 했다면 오히려 프로젝트가 산으로 갔을 것입니다. 전문성이 없는 리더가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를 리딩하려는 꼴이니까요. (물론 저도 다른 직무 구성원을 리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책과 강의 등으로 더 공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부수적인 스킬을 얻는 것일 뿐 제가 그 사람보다 전문가가 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획/디자인과 같은 레벨이 아니라 한 단계 윗 레벨에서의 피드백은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실무자들이 개별 프로젝트에 몰입을 하면서 놓칠 수 있는 지점을 점검하는 것이니까요. 좁아진 그들의 시야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서 오히려 상위 목표에 개별 프로젝트가 얼라인될 수 있게 만드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위 레벨의 리더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리딩하게 되면서,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이 되면서, 저도 경험해보지 않았고 잘 모르는 일을 계속 해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영역에 있는 사람을 리딩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 것 같고요. 그렇기에 제가 처음으로 영상 PD님을 리딩하면서 겪었던 난처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경험이 쌓이면서 난처함에 조금은 더 익숙해질 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무슨 엄청난 노하우인 것처럼 앞선 내용들을 적어놓았지만 사실 너무나 별 것 아닌 작은 팁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팁을 공유하기보다는 직무가 다양한 조직을 리딩해야 하는 리더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 컸습니다. 그런 조직을 리딩하는 과정은 모두에게나 어려운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마치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본인만 어려움을 겪는다고 자책하는 리더들을 많이 보았거든요. 그러한 분들에게 '나도 경험해 보았다. 그런 구성원을 리딩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더라. 당연히 어려운 것이니 자책 말라'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와중에 제 조그만 팁들을 너무 주저리주저리 써버리게 되었네요.




*커버 사진: UnsplashMarkus Spi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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