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에 문장 하나 있다면

<괴테는 모든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by 서리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마치 모든 언어의 해답인 듯, 그래서 티백에 적힌 문장이 정말 괴테가 한 말인지 그 출처를 찾는 과정을 그린, 제목도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었다. 주인공 도이치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학자로서의 삶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삶을 나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깊이 있는 탐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인지 뭐라도 하나 해보면 성취감이 까만 하늘에 폭죽 터지듯 빛날 것 같다.


어제 입학식이 있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후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1학년으로 입학했다. 캠퍼스가 없는 게 가장 아쉽지만 이미 어렸을 적에 캠퍼스의 낭만을 나름 느껴봤기에 미련은 없다. 방송대는 여러 가지가 나의 조건에 딱 맞아떨어진 선택지였다.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하고 자금의 여유도 없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대학이다. 굳이 대학을 다시 가야겠어? (다른 방법을 모르겠어) 공부가 또 하고 싶어?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사실 없어) 삶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잖아? (난 너무 둔한지 잘 못 깨닫는 것 같아) 등등 만류하는 이가 많았지만 등록해버렸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책 읽기에서 책 읽는 즐거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싶었다. 워낙에 기억력이 부족한 나는 읽을 때의 즐거움 외에 남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독서 모임을 통해 한마디라도 나누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뿐이라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새 예상되는 내 인생 모든 날의 절반이 지났다. 매일매일 출근하고 운동도 하고 사랑하는 아이와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지내지만, 그 매일이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 붙잡을 수도 없는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묘수는 없을까 생각해 봤다.

책을 한 권 읽으면 대부분의 책은 그 안에 또 다른 책이 언급된다. 난 그 책들이 궁금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새로운 책을 읽게 되고 병렬독서를 하고 있다. 가끔 너무 산만한 것 아닌가 하고 한 권 끝나면 다음 책을 읽어야지 결심도 해봤지만, 노력도 해봤지만 어느새 새로운 책을 펼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멀티는 안 되지만 독서에서는 멀티를 잘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바꿨다. 게다가 병렬독서 가운데 내가 깊게 관심 갖고 재밌어할 주제를 찾아 깊게 파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 이유에서 대학원을 가고 싶고 그 전에 대학부터 다녀야겠단 생각을 했다. 3학년 편입을 해도 좋겠지만 공부를 위한 공부이기에 신선하게 1학년부터 시작한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에서의 도이치처럼 끈질기게 쫓아보고 싶다. 나의 분야를 개척하는 삶! 생각만 해도 설렌다. 어쩌면 도이치의 친구 시카리 교수 정도의 또라이 학자(매력적이라는 의미의 또라이다.)가 될 수 있다면 더욱 흥분될 거다. 나도 이제 그 길의 시작에 섰다. 나만의 문장이 하나 생길 수 있겠지? 얼마나 멋진 문장일지 기대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