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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Feb 05. 2020

갑질은 하고 싶지 않지만

조경공사/인테리어 공사 준비

 

담장과 기초 마무리를 위한 자재들.



 2학기의 시작 전까지 이 작은 집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목표는 엎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생활을 한 번에 할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지난 글, 그 이후로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로 서있습니다. 겨우 동네의 그림자에 들어가기 시작한 엄마의 집은 이제 곧 마무리될 것입니다.  9월이 시작되고 과제와 수업에 치이던 생활과 공사장에서 구르는 생활을 동시에 하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틈이 날 때마다 달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을 장식해줄 인테리어/조경 공사는 기본적으로 외부의 도움을 많이 받아 진행하였습니다.


 3개월 간의 참여형 갑질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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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담장과 데크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전기와 수도를 인입(연결)해 줍니다. 임시 계량기를 설치하였던 위치에서 다시 전선을 빼오고 본 계량기를 달아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전기공사 면허를 보유한 업체를 통해서 정식 등록을 요합니다. 수도는 면사무소에 신청을 하면 며칠 뒤에 현장으로 도급 업체가 공사를 옵니다. 수도계량기를 달면서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동전도 설치해 주는데 부동전의 위치를 지정하고 싶다면 흙을 묻기 전에 따로 배관을 사서 연장하거나, 설비 사장님에게 부탁하게 됩니다. 


 

데크 하지 작업을 하면서 외부 등 전선도 묻어둔다. 


  담장 공사를 맡겨놓고 데크 작업을 하기 위해 내려왔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엄마의 집은 목조주택이고, 외부 마감도 목재로 하여서 빗물이 외벽 쪽에서 머물게 되면 위험합니다. 위 사진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단 부분을 그냥 미장하기 어렵고 담장 바닥의 평활도를 잡기 힘들다 보니 업체에서 추가적으로 조적을 하고 그 안쪽에 석분을 깔아 턱을 만들고 미장을 해버린 것입니다. 가슴이 턱 막혔지만 저는 이런 상황에 슬슬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11월에 접어서야 외부 작업은 해결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학원 선생님처럼, 간간히 틀린 문제들만 조금씩 봐주면서요.



목상을 짜고 석고를 붙이자.



 내부는 마감을 위한 목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목수 분들이 설계에 맞추어 작업을 해주셨고 마찬가지로, 너무 작업이 엉망이거나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들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으신 분들이었지만 창의력이나 응용력이 필요한 부분은 누가 봐도 대충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를 입체적으로 구상했기 때문에 목상을 짜는 작업이 2중 3중으로 들어가다 보니 지치시지 않았을까 이해해봅니다. 타카로 고정되어 있는 목재들을 수정하는 작업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가이드를 가지고 하는 작업이다 보니 난이도도 낮고 생각도 많이 필요 없으니까요.



 이번 공사에서 유일하게 생돈이 들어간 것은 바로 '전기'입니다.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제가 생각하는 조명의 위치와 개수와 인테리어 사장님이 생각하는 조명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조명은 방당 하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저는 전기 라인을 그렇게 큰 고민 없이 분배했었습니다.  호화주택도 아니고 간접등이나 인테리어 조명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장님의 긴 설득 끝에 조명을 추가적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덕분에 더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새롭게 분배되는 전선들



석고 마감이 깨끗하다.




 갑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믿고 맡겨놓은 일들이 무너져 있을 때면 정말 갑질을 하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현장에 계속 있을 수 없다는 점은 굉장한 약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직접 힘든 일을 혼자 해내 왔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확실히 해야 할 일들은 확실히 해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현명하게 짚어주거나 직접 소매를 걷어 올려야 합니다. 그럴 자신 없이 뛰어든다면 어느샌가 집은 점점 가라앉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문제와 분쟁 사이에서 평화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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