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공사 및 후레싱 공사 : 이별
지붕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모든 외부의 낙하물로부터 집을 지켜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손상이나 충격이 많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올라가서 확인할 일이 있다면 지갑에 구멍날 일이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집도 당연히, 다시 올라갈 일이 없게 하도록 하기 위해 가장 대중적이고 내구성이 좋은 징크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붕도 합판으로 마감하고자 하는 욕망이 엄청났던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징크가 모두 징크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각종 상품들이 이름으로 장난질을 하듯이 징크도 별의별 종류가 다 있습니다. 징크 제조 회사마다 금속 함유량과 도색방법 등이 천차만별이고 최근에는 무소음 징크와 같은 특수 제품들도 출시되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저희는 오리지널 징크 0.7T 제품을 사용하였습니다. 우선 지붕면적을 실측하고, 필요한 후레싱이나 선홈통 같은 제품들을 미리 재단/가공하여 오게 됩니다. 현장에서는 조립이 대부분이고 작업은 반나절 정도 걸렸습니다.
콘크리트 집이나 나무집이나 징크 작업은 거의 똑같이 진행됩니다. 하부에 나무나 금속 관등으로 하지 작업을 하고, 그 위에 합판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방수시트를 깔고 징크를 고정합니다. 그래서 징크의 고정은 대부분 합판에 피스로 고정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부재끼리의 연결도 피스질과 엄청난 양의 실리콘칠로 이루어집니다. 보이지 않게 될 부분이라 넘어가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징크라는 놈은 금속이 대부분이고, 지붕은 가장 햇빛을 많이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름철 집의 온도가 올라가는 큰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징크 시공에서고 통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에 지붕에 만들어 두었던 통기층 위의 방수 필름을 용마루 부분에서 뜯어내어 처마 쪽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용마루 쪽으로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투자해서 징크 밑에 델타 멤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층을 하나 더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징크 발주처에서는 별 차이 없다고 하지만 역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박고 접고 칠하고 하다 보면 금세 마무리가 됩니다. 얇은 강판이다 보니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과연 정말 수십 년 이 집의 머리를 잘 보호해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징크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선홈통과 함께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설계단계에서는 선홈통을 숨기고 싶었으나 공정이 까다로워 포기했었습니다. 작은 집에 나와있는 선홈통은 조금은 보기 싫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 다행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외장 마무리 작업으로 창호 후레싱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자료가 거의 없다 싶어 하여 임의로 작업했기 때문에 아마 매우 취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루미늄 3t 강판에 분체도장을 한 뒤에 절단하여 창틀 주변에 고정하고 코킹 하는 식으로만 처리를 하였습니다. 눈물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외장 마감 면포다 약 3~5mm 정도 더 튀어나오게 하였습니다. 눈물 방지 처리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제가 사용한 방법은 권장할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처럼 에너지가 많이 딸리기도 하여서 제대로 못 챙긴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아쉽습니다.
이제 내부 작업을 제외하고는 집이 갖추어야 할 대부분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안전발판을 철거하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폐기물을 반출하고, 마음을 한번 다잡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직접 보고 사는 집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분주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건축 설계 단계에서 인테리어도 어느 정도는 고려되어 작업됩니다. 하지만 공간이 실제 내 눈 앞에 만들어지게 되면 도면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바로 설계 변경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연장대를 차고 다닐 일이 더 많이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