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공사 : 그만 후벼 파 주세요
- "이제 여그다 뭐하는 기고?"
- "아무것도 안하지예. 이게 마감이라 안 합니까."
- "뭔 소리여, 스레이트 하우징 뭐 그런 거 대야지 이거 안된다."
- "아 나중에 칠이나 함 할라고예."
이런 식의 대화는 하루에도 수번씩 반복되고 있습니다. 같은 분이 다른 날에 오셔도 또다시 물어보곤 하십니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여도 납득시키기는 참 어렵습니다. 정말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주변을 둘러봐도 고작 몇 개의 예시만을 볼 수 있는 재료, 외장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집을 디자인하면서 내부적인 공간만큼 고민을 한 부분이 외장 마감이었습니다. 일반 건축주나 저 같은 학생이 발품 팔아 알 수 있는 재료는 너무나 한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흔한 재료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객기이면서 프라이드랄까, 적어도 보여지는 집의 이미지는 아주 조금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바로 자작나무합판이었습니다. 작고 구성진 집에 "손수 지은 집"처럼 보이는 느낌을 반드시 추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히도, 나무는 자외선과 수분에 약합니다. 그래서 외장재로 사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다른 재료들을 공사 중에도 계속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습니다.
사용한 합판은 "아라우코 합판"입니다. 미송합판과 유사하지만 단면에서 봤을 때 목재층이 두껍고 수축팽창이 적어 내외장재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자작 합판과 비슷한 무늬와 색상을 보여주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선택하였습니다. 21t 두께의 합판을 레인스크린 각재 위에 접착제와 타카 그리고 피스로 고정하였습니다. 피스는 내부 스터드까지 고정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바로 합판을 외장재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합판 면이 샌딩 되어있는 제품이지만 대략 60~80방(사포의 단위)의 거침 정도로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셔놓았던 원형 샌더로 180-240-600-800까지 총 네 번의 샌딩을 추가적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정말 지루한 작업입니다. 샌딩을 해주는 이유는 단순히 면의 느낌만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목재를 사용할 때 대부분 마지막 작업으로 칠을 해주게 되는데 대부분의 목재는 화학제품으로 칠을 하게 되면 조직들이 변형되어 표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를 조금 방지하고 칠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합판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정말 재미있는 칠 제품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규화제"라고 하는, 실리카(모래의 주성분) 계열의 성분으로 목재의 조직을 코팅하는 제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무를 돌의 성질로 바꿔주거나 보호해 주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목재는 희끗희끗한 색으로 변하게 된다고 합니다. 색이 제대로 변하기까지는 최소 45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반신반의하긴 했습니다. 위 사진처럼 아름다운 색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과연 정말 목재가 보호될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많은 비와 강한 햇빛이 휩쓸고 간 최근 몇 주의 날씨에도 목재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가장 놀랐던 점은 비가 와도 목재가 젖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을 제대로 너무 하고 싶었고, 그래서 변명처럼 글이 길어집니다.
사실 외장 공사를 끝낸 지 약 두 달이 넘었습니다. 스스로를 소심하게 만드는 주변의 걱정과 핀잔들 덕분에 글을 쉽사리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신비로운, 제가 생각했던 집의 느낌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정말 단순한 그냥 그 집. 제가 생각하는 집의 모습이 있다면 이것이 지금 제 머릿속에 있는 정답일 것 같습니다. 몇 년 뒤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으면 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지붕공사와 각종 마감 공사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