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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Aug 16. 2019

한국식 목조주택, 방통 치기

온돌/방통 공사 3일 차 : 6개월의 마무리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사실 몇 주간 홀로 마음고생이 심했고 더위도 기승이라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침 그 기간에 방통을 치고 양생 중 쉬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 글은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하루 만에 끝났지만 수일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이 곳에 와서 집을 짓기 시작한 것도 오늘로 딱 6개월, 반년째입니다. 


 경목 구조(Timber Framing Structure) 주택이 국내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많이 시행착오를 거친 부분이 기초와 토대일 것입니다. 온돌문화가 주류인 우리나라에서 기존 건식 방식 위주의 목구조와 습식 공법인 온돌/방통은 상극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보강은 둘째치고 목재를 습기와 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초면과 토대면 그리고 2층 바닥과 구조를 방수하는 것으로부터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방통을 치기 전에 비닐을 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방수를 하기 위해서 일액형 방수액과 방수시트를 사용해서 방수를 하고 토대 부분은 방수지를 사용해서 처리를 해주었습니다. 액상형 방수액은 시공이 간편하긴 하지만 꼼꼼히 하지 못하면 면이 잡혀있지 않은 부분에서 빈 곳이 생기곤 했습니다. 방수시트 또한 토치로 열을 가해 점착시키는 방식인데 일반 부탄가스로 하자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방수시트를 깔면서 배관도 정리한다.



 토대 쪽에 태고 합판이나 방수 합판을 대고 먹선을 그려서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이 많고 번거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간단한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일명 '완충재'라 불리는 제품인데, 스티로폼 테이프처럼 생겨 구명이 뚫려있고 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제품을 수평선을 띄워놓고 따라 붙여서 방통의 높이를 조절하고 몰탈이 구조재 쪽으로 밀리는 것을 아주 조금 방지하여 줍니다. 그리고 몰탈 내부의 습기가 통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양생에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방수가 끝나고 완충재가 설치되면 단열재를 깔게 되어있습니다. 단열재는 XPS(압출법단열재)가 단순히 수치상으로 좋고 습기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단열재는 섭씨 70도 정도를 임계점으로 열이 가해지면 팽창 발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 단열재에 비해서 XPS가 입자가 고와 팽창이 더 강하게 일어나서 방통이 깨지거나 마루가 들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완충재를 구한 회사의 제품으로 같이 나온 EPS 1종 2호를 사용하였습니다.





단열재와 완충재를 설치하고 배관에 단열을 추가하기



 바닥에 있는 배관 모양에 맞게 단열재를 잘라내고 설치한 뒤 폼으로 단열을 추가해 줍니다. 단열재를 위에 두고 밟으면 모양이 나오게 되는데 대충 잘라주면 어차피 배관은 움직임이 가능해 어찌어찌 맞습니다. 오수관이나 수도가 들어가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어 작업 양을 좀 덜었습니다. 이제 온수 배관을 깔아줄 차례입니다.


 

 XL파이프라 불리는 흰색관을 주로 사용합니다. 생각보다 이 관은 뻑뻑하고 다루기 힘듭니다. 찾아보면 이 온수 배관을 까는 법도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배관이 U자로 꺾이는 부분과 간격 그리고 한 분배 길이의 최대 길이까지 권고되어있는 것이 있습니다. 절대 연결해서 사용하지 않고, 최대 50m를 넘지 않으며 관이 구부러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XL파이프는 결속끈이 아니라 핀으로 고정한다


모서리 부근에는 갈라짐이 심하므로 사선으로 보강한다.



 보통 15cm 간격의 철망을 깔고 그 위에 결속선으로 고정하고 몰탈 타설시 배관의 들뜸을 막기 위해서 차광막이나 온돌매트 등을 깔곤 합니다. 하지만 이 PVC핀을 사용하면 결속선을 사용하는 것보다 시공이 빠르고 간편하며 들뜸을 더욱 잘 잡아줄 수 있습니다. 철망은 온수 배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하였습니다. 이 작업을 하다 보면 보행이 매우 불편하고 작업 자체가 깔끔하게 하기 힘들어 계속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방통의 크랙을 조금 방지하기 위해서 아연 도금된 메탈라스를 보강해줍니다. 이제 분배기를 설치해주고 주변 정리를 하면 몰탈 타설 준비는 모두 끝납니다. 다음날 오전 미리 예약해놓은 레미콘과 방통 차가 도착합니다.



몰탈 시공 이후에 양생을 위해 비닐을 깔기 전. 면이 잘 나왔다.



 몰탈 타설은 20평 기준으로 30분 내외로 끝이 납니다. 나무 막대를 이용해 대략적으로 면을 잡아주고 잠시 기다려줍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았습니다. 작업자가 넓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 손미장으로 수평을 잡고 면을 만듭니다. 작업자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아주 큰 차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분 혼자 남아 차에서 잠시 낮잠을 청할 때까지만 해도 불안했습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탓도 있지만 되려 제가 쉽게 보일까 봐 였습니다. 이 방통 면잡이는 독특하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수번이나 허리를 피지 못하고 면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깨짐도 없고 표면에 불순물들이 뜨는 것을 방지하게 됩니다. 미장공은 35도가 넘는 날씨에 몰탈의 수화열과 습기를 버티며 고독하게 면을 잡습니다. 그리고 걱정과는 달리 아주 깨끗한 면을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내부의 온도는 80도를 육박했고 내부에는 습기가 가득 차 물방울이 벽과 창문에 맺혀있었습니다. 되도록 내부에 다니지 않는 게 좋습니다. 효과적인 양생을 위해서 비닐을 덮어두기 위해서 잠시 들렀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보통 창문도 열지 않고 그냥 일주일 정도 양생을 합니다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목조주택이기 때문입니다. 방통을 치게 되면 내부의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아지는데 이 이후에 내부 마감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목이 습기를 머금게 되어서 차후 구조가 약해지거나 내벽에 곰팡이가 피는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닐을 덮고 창문을 열어서 양생은 양생대로, 구조목을 구조목대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나서 보이는 모든 나무의 함수율을 측정해 주고, 19% 미만이 나와주어야 합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신뢰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함수율 측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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