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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Jul 30. 2019

상상으로 하는 설비공사.

각종 설비 공사 3일 차 : 목조주택의 설비층

 

전기 배관이 끝난 시점.


 최근 지어지는 목조주택에는 참 여러 가지 층이 존재합니다. 가장 바깥쪽에서 구조재와 외장재 사이에 존재하는 통기층. 구조체를 수분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수투습층. 그리고 단열층과 그 안쪽에 다시 구조체를 보호하는 기밀층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들어가는 설비층이 있습니다. 이 설비층은 기밀층을 만들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설비층이 없이 기밀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죽어도 내 집이 줄어드는 것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하시면 그리 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효율이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설비층의 기본은 38mm 또는 40mm 구조목으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주의하셔야 할 점은 일반 다루끼와 같은 각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더라도 반드시 건조된 구조목을 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공간 안에 이제 기본적으로 전기와 수도가 들어가게 됩니다.



팔각 매입박스, 속칭 조인트 박스. 배선 내용을 적어놓으면 편하다.



 주택 전기는 보통 3kw나 5kw를 계약하여 사용합니다. 더욱이 확실하게 하려면 전기 도면을 그리고 해당 사용 용량을 계산해서 이것저것 정하긴 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집은 역시 이번에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제품들을 가져오게 됩니다. 내부 전선은 2.5sq KIV전선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16mm CD관으로 배관 작업을 하였습니다. 각재의 두께에 비해 여유가 많고, 장선 등에 배관을 하기 위해 타공을 할 때도 더욱 용이합니다. 



 전기 공사에 사용되는 각종 박스 등의 규격은 두께가 44mm 또는 54mm가 많이 쓰입니다. 각재를 38mm로 하고 석고보드 2ply의 두께를 약 18mm로 하였을 때 55~58mm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54mm 박스들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면이 따로 없는 상태에서 공간을 상상하며 필요한 위치에 콘센트와 스위치 박스 그리고 조명 위치 등을 표시해놓고 각종 부속을 구매해 배관 작업을 합니다. 각종 전열 기구와 에어컨, 환기장치, 조명 등등을 상상하며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축에 대해 배웠던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들게 됩니다.



수도 배관은 PB관, 간격은 약 165mm 정도.



 수도는 부속의 길이를 잘 모르는 데다가 직접 하지 않아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을 참조하였습니다. 배관 설치는 비교적 얇은 합판이나 쫄대 등을 대어서 고정해 주면 되는데 굴러다니는 9mm 합판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후에 대략 마감선을 확인해보았지만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어떻게 수전이 달릴지 기대됩니다. 마찬가지로 수전도 각각의 위치와 높이 등을 상세히 정해야 합니다. 




변기가 설치될 자리. 비데를 위한 전기와 급수를 위한 냉수배관.



 위와 같은 설비층은 건물의 외벽에만 적용됩니다. 그래서 기밀층이 없는 내벽에는 마감을 계산하여 설치를 해주어야 합니다. 보강목을 대어주고 설치해주도록 합니다. 설비과정에서 배관은 차후 방통이 설치될 것을 고려하여 바닥 쪽으로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구조재들을 도려내거나 깎아내게 됩니다. 큰 영향은 없지만 어차피 버리게 될 남은 철물들을 사용해서 보강해주면 좋겠습니다.


 한번 다시 이야기하게 되지만 설비 공사를 하는 과정은 굉장히 신중해야 합니다.  공간의 크기와 높이 등을 느끼고 어떤 가구가 들어오게 될지, 어떤 식으로 주방을 만들지, 조명은 몇 개가 좋을지 등을 고민하는 과정은 마치 학교에서 건축 설계를 시작할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 건물을 컴퓨터에서 그려놓고 직접 손으로 짓는 과정은 그다지 신나거나 신기한 체험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이 곳에서 살아갈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은 한동안은 몇 날 며칠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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