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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04. 2019

선물

기초공사 3-4일 차 : 대놓고 온 손님들

 작업 3-4일 차입니다. 거푸집의 3면을 세워놓은 현장에 들어갑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고 느껴지는 아침이지만 몸은 움직이기 싫고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만져보며 오전을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점심식사 즈음 도와주러 이 멀리까지 내려온 손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상담을 해주고, 항상 위로가 되며, 언제나 마음 한편에 고마움을 안게 해주는 친구들입니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산자락 풍경은 생각보다 더욱 매력적입니다.



 주문했던 철근이 예정 시각보다 늦어서 점심식사가 애매해 스티로폼을 테이블과 의자 삼아 급하게 컵라면과 김밥으로 식사를 때우는 도중 철근이 도착합니다. 주문한 회사가 아니라 하청으로 지역에서 가까운 공장에서 받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철근은 보통 톤 단위로 판매하는데, 굵기 별로 가닥 수가 달라 잘 계산하여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발전한 시대에 편승하기로 합니다. 요즘은 철근의 형상과 길이를 원하는 대로 인터넷 클릭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가공비가 기계 대여료와 인건비보다 훨씬 줄어서 건축모형을 만들듯 미리 계산하여 주문하면 일거리가 줄어들 것 같습니다.


SD400 / D13 및 D16 철근들이 아주 정갈하게 포장되어 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거푸집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우선 바깥쪽이 폭이 너무 좁아 설치해놓은 거푸집을 번쩍 들어 옮겨 봅니다. 이 전날 혼자 들려고 했다가 택도 없었던 작업인데 세명이 들어 올리니 너무 쉽게 옮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도로 쪽 위치에 친구가 삽질을 열심히 해서 저보다 꼼꼼하게 거푸집의 수평과 길이를 맞춰주었습니다. 그렇게 무리 없이 거푸집을 설치하고 기초 크기가 거푸집보다 작고, 더욱 편리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서 거푸집 쪽에 단열재를 붙여놓습니다. 거푸집에 접착제를 바르면 추후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최대한 단열째끼리 연결하도록 시공하는데 생각보다 폼건 쏘는 게 쉽지 않아서 가장 섬세한 손이 작업을 대신하여줍니다.


정말 훌륭한 일꾼들입니다. 저는 사진만 찍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하였으면 우선 거푸집의 가로 세로 폭을 다양하게 재고, 직각 확인을 위해 대각선 길이를 재어 줍니다. 도면 표기도 중요하기에 확인하고, 특히 대각선 길이는 두 대각선의 길이가 일치하면 틀어지지 않은 사각형의 형태를 갖춘 것이라고 합니다. 선배들의 지혜가 번뜩이는 순간입니다. 오차가 없지는 않지만 허용범위 내라고 생각하고 자축을 한 뒤에 본격적으로 내부 작업을 시작합니다. 우선, 콘크리트의 습윤 양생과 차후 습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하여 자갈 위에 비닐을 깔아줍니다. 겹침은 비닐 두께에 따라 600~1200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군요. 비닐은 두 겹이 겹쳐져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이 겹을 펼치지 않고 약 800 정도 겹친 뒤 자갈을 고아놓았습니다. 그리고 주문하였던 단열재를 내부에 위치에 맞게 설치합니다.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기초의 형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이제 건물의 혈관들을 만들 시간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철근을 설치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온만큼 일보다는 재미를 현장에서 찾고 싶어 져 아침에 카페에서 만나 커피와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수다를 곁들입니다. 느지막이 현장에 도착하여 배근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다 같이 철근 결속 법을 숙지하고 어떤 방식이 효율적 일지에 대한 짧은 회의를 거치고 작업에 돌입했으나, 역시 제 첫 거푸집 작업처럼 요령은 부리는 게 아니고 배우는 것입니다.


철근 결속 법은 인터넷에 아주 잘 나와있습니다.


  이형철근의 무는 힘과 강성은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보다 더욱 크게 체감되었습니다.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심지어 여러 움직임 중에 철근들이 뒤틀리고 휘어 작업은 난항을 겪습니다. 심지어 단열재를 먼저 깔아놓아서 공간이 나오질 않아 더욱 작업이 힘듭니다. 저는 반대편에서 오수관을 작업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배관 쪽도 마찬가지로 처음이라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형통이 바닥에 굴러다녀 고정이 힘들고 배관 부속끼리 연결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결국 배관들이 서로 맞지 않아 수직으로 올라가야 할 오수관들이 제각각으로 꺾여있어 첫 부속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기 처분하였습니다.


버려진 배관은 약 치킨 세 마리 정도의 값입니다.
도면 또한 부속의 규격과 구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작성하였습니다.



 이렇듯 지금까지, 그리고 모든 작업들이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후에 공정 하나를 시도하여보고 깨닫는 것들은 그날 저녁에 정리하고 복습하고, 정보를 얻거나 작업방법을 구상하여 보다 보면 다음날 작업은 더욱 수월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깨달은 것 중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주말 양일간은 정말 재미있고 뜻깊게 작업하였습니다. 친구들도 기쁘고 보람찼다고 말해주었고, 정말 진심이길 바랍니다. 오지랖이긴 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의 경험과 요령을 알려주고 제 경험들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많은 것들이 선물처럼 다가온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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