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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04. 2019

나아가다 보면

기초공사 2일 차 : 이제 시작이다.

 

 작업 2일 차. 오늘 아침은 숙소 앞 대학교의 입학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꽃다발을 판매하시는 분들이 줄을 섰고 학생들도 하나 둘 학교로 가고 있었습니다. 7년 전, 내가 대학교 입학식을 가던 풍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더군요.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즐겁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고 저는 이제 학교가 아닌 현장으로 출발합니다.


"하긴, 나도 그때는 자퇴를 할지 몰랐고,
다시 학교로 갈지도 몰랐고,
이러고 있을 줄 하나도 몰랐으니."


 도착한 현장은 나름 정리정돈이 되어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항상 현장은 깔끔히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어제 대충 정리해둔 거푸집 작업을 재개하였습니다. 오전 오후 내 계속 어제의 실패를 되새김질하며 이리저리 몸을 굴려봅니다. 반나절쯤 그러고 있으니 나름 또 요령이 생기더군요. 체질인 건지 혼자 여러 가지 스킬을 사용해가며 작업을 하니까 시간도 금방 갑니다. 단순작업이긴 하지만 유로폼과 부자재의 조립 원리와 하나씩 맞아가는 형틀을 보니 벌써 건물 다 올린 거 마냥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름 반듯하게 세워놓은 거푸집. 현장도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쇼핑한 물건들이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내가 쓸 것이 아니고 더럽게 무겁고 크다는 점입니다. 기초공사에 필요한 단열재들과 배관들이 도착하였습니다. 단열재는 기초 하부 및 성토 용도로 비드법 1종 1호(EPS)와 익숙한 속칭 아이소핑크, 압출법 보온재(XPS)입니다. 그런데 모형 재료로 사용하던 것보다 입자가 고와 보이고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비 배관이 도착하고 어제 주문한 이중벽관이 들어옵니다. 기초 하부 또는 과수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유공관을 제작하려고 주문한 것인데, 근처 어디에서도 원하는 규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초 하부에 빗물이 유공관을 타고 흐르게 하려면 관 하부는 막혀있고 나머지 부분에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건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중벽관을 주문한 뒤에 직접 구멍을 다 파냈습니다.



VG1 PVC 배관과 이중벽관에 구멍을 낸 모습. 조금 더 촘촘하게 뚫었어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난하게 나머지 형틀 작업도 마무리하고 돌아왔습니다. 어제의 목표치에 60%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통로가 필요할 것 같다는 핑계로 한쪽 면은 열어 놓고, 심지어 거푸집의 폭이 다른걸 보니 직각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아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요.



단열재가 두껍고 제 낯짝도 두껍습니다. 설정샷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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